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오전 박 시장의 빈소가 마련될 예정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헌화를 위한 국화꽃이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는 온종일 정치인들과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0시1분께 서울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수색 7시간 만에 발견된 박 시장의 주검은 새벽 3시께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응급의료센터 문 앞에서 박 시장을 기다리던 그의 지인과 지지자들은 이송 차량이 센터 앞에 도착하자 “일어나라 박원순” “사랑한다 박원순” “미안하다 박원순” 등을 외치며 오열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새벽부터 조문에 나섰다. 박홍근, 남인순, 이학영, 윤준병,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박 시장과 가까운 여당 인사들이 일찌감치 서울대병원을 찾았고, 김형오 전 국회의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야당 인사들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은 조화를 보냈다. 박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와 딸은 조문객들과 대화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탈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인들은 대부분 말을 아끼며 박 시장에 대한 짤막한 추모 메시지만 남겼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박 시장과는 연수원 시절부터 참 오랜 인연을 쌓아오신 분인데 너무 충격적”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이날 낮 12시께 빈소를 찾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저와 70년대부터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40년을 함께해온 오랜 친구다. 친구가 이렇게 황망하게 떠났다는 비보를 듣고 참 애석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도 “오늘 저녁에 (박 시장을) 만나기로 했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 시장과 정책 ‘경쟁’을 해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민주당 의원, 강경화 외교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도 빈소를 찾았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등 시민단체 인사들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등 종교인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일본군 ‘위안부’ 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도 문상을 왔다.
낮 12시께부터는 시민 추모객들도 빈소를 찾기 시작했다. 오후 3시께부터는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추모객이 몰려들었다. 조문객들은 일일이 명단을 작성하고 체온을 측정한 뒤에야 빈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종로구에 산다는 한 60대 여성은 “박 시장을 평소에 좋아했다. 이런 일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게 안타깝지만, 가는 길 추모를 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바삐 조문객을 받으면서도, 무거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보였다.
서다희(22)씨는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건을 두고 피해자 편에 서겠다며 장례식장 입구에서 1인시위를 했다. 박 시장을 추모하기 위해 장례식장 앞까지 왔다가 발길을 돌린 한 30대 여성도 “가까운 데 있다가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빈소에 들르려고 했는데, 박 시장을 고소한 피해자를 생각하니 차마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발인은 이달 13일로 예정돼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청사 앞에도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채윤태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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