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8)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모두 합해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 사건 2심이 선고한 징역 30년보다 10년 줄어든 형량이다.
10일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석준)는 전직 국가정보원장들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상납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손실 및 뇌물)와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 및 벌금 180억원과 추징금 3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통령으로서의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못해 국정에 커다란 혼란과 난맥상을 연출했다. 그 결과 피고인이 원하는 바는 아니었겠으나 이 건 이후로 정치권은 물론 국민 전체에 걸쳐 여러가지 분열과 갈등, 대립이 격화됐고 그로인한 후유증이 지금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중한 처벌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액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정치적으로 파산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형의 집행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의 피고인의 나이도 고려했다”는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법원은 취재진과 일반 방청객이 몰릴 것을 감안해 선고 기일이 열리는 본법정 외에도 중계법정 세 곳에서 선고 내용을 중계로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2017년 10월부터 자신과 관련된 모든 재판에 불출석했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 공판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8월과 11월 국정농단과 특활비 상납 사건을 각각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내며 뇌물 혐의와 그 밖의 다른 혐의를 분리해 선고하도록 했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지른 뇌물 범죄는 ‘뇌물 분리선고’ 원칙에 근거해 형량을 따로 정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부는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5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2016년 9월 국정원장들로부터 35억원의 특활비를 지급받은 혐의를 받았다. 원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특활비는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아닌 것으로 보고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고, 국고손실 혐의도 일부 무죄 선고를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볼 수 있다며 대통령이 받은 35억원 중 약 34억여원이 국고손실에 해당하고,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2억원은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불법 개입 혐의로 징역 2년형도 확정돼 이번 선고로 모두 22년의 형량을 선고받게 됐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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