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분향소 첫날 길게 늘어선 조문행렬
“박 시장 죽음 무책임” 부정적 시선도
“박 시장 죽음 무책임” 부정적 시선도

1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조문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1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그들은 각자 사연을 담아 박원순 시장을 추모했다 긴 추모행렬 사이에서 장애인 활동보조사, 마을활동가, 비정규직, 종교인 등 박 시장과 사연이 있는 추모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탄 학생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장애인활동보조사 하아무개(56)씨는 “16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박 시장님이 당선되고 장애인 정책이 매년 좋아지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며 “활동보조사들의 처우도 개선되고 있고, 최근에는 장애인 활동 보조 시간과 전용 택시도 많이 늘어나 장애인 복지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씨는 이어 “성추행 의혹의 진실은 밝혀져야 하지만, 이 논란에 묻혀 박 시장님의 10년간 약자들을 위한 정책 모두가 폄훼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을공동체 활동가인 김윤희(43)씨는 “박 시장님의 풀뿌리 민주주의 정책 때문에 내가 마을공동체 활동가라는 직업을 얻어 살 수 있게 됐다”며 “은평구의 산새마을을 비롯해 곳곳에 생겨난 마을공동체 덕분에 서울이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도시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시장님의 부재로 시가 추진하던 마을공동체 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며 “시민과 약자들을 위한 시의 정책들이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전 서울시민청에서 기간제 직원으로 근무한 임용재(36)씨는 여동생과 함께 아침 일찍 분향소를 찾아 가장 먼저 조문을 마쳤다. 임씨는 “2018년에 10개월간 시민청에서 청년활동가로 일했을 때 박 시장님은 마주칠 때마다 항상 아버지 같은 미소로 인사해주셨다”며 “공연 예술 활동에도 시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셔서 활동가들이 항상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승복과 수녀복을 입은 종교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녀는 “박 시장이 생전에 생명을 지키는 활동을 하면서 만난 인연이 있다”며 “여기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같은 심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아 회사 대표가 아닌 일반인 신분으로 조문을 마쳤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상주의 자격으로 시민분향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정무수석, 정무부시장 등을 거친 뒤 지난 4월 국회의원에 당선된 박 시장의 최측근이다. 분향소 주변에서 보수 성향 유튜버가 조문객들과 충돌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1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분향소 향한 부정적 시선도 한편, 시청 주변에서 만난 일부 시민들은 시민분향소를 향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조문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생 최아무개(19)씨는 “평소 박원순 시장을 존경했지만 성추행 의혹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이대로 떠난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남은 사람들이 숨겨진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 시민인 윤연희(44)씨는 “인간적으로 존경한 분이어서 조문할 예정”이라면서도 “민감한 내용의 의혹에 대해선 박원순 시장이 기존에 추구하던 가치와 반대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피해자도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았을텐데, 남은 사람들에게 과제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장례는 정부 의전편람에 나오는 장례 절차에 따라 서울특별시장으로 진행된다. 시민분향소는 13일까지 운영되며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박 시장의 시신은 현재 서울대병원에 안치돼 있고, 장례를 5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3일이다. 옥기원 오연서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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