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추모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광복 전 간도특설대로 독립군을 토벌하는 등 친일 행적이 있는 고 백선엽 육군 예비역 대장의 국립현충원 안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한국군 최초 4성 장군에 올랐던 고인은 10일 밤 11시께 세상을 떠났다.
군인권센터는 12일 논평을 내어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등 의전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센터는 “한국 독립을 꿈꾸는 세력을 절멸시키는 것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는 신념을 가졌던 이 조선인 일본군은 광복 이후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을 지내고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숱한 세월이 지나도록 친일 행적에 대해 사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비판했다. 백 장군은 1943년부터 일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중위로 복무한 바 있다. 간도특설대는 친일 활동 중에서도 중대한 ‘반민족 행위’로 꼽힌다.
이를 두고 센터는 “대한민국 정부와 군이 이런 사람을 현충원에 묻어 전 국민이 자손대대로 그를 추모하고 기억할 것을 강요한다. 일제 침략 전쟁이 평화로 가는 길이라 믿었던 백 씨가 갈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육군참모총장에겐 ‘육군장’을 중지하고 조기 게양을 중단할 것을, 국가보훈처엔 현충원 안장 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촉구했다.
정의당도 현충원 안장에 반대하고 있다. 정의당 김종철 대변인은 앞서 논평을 통해 “일부 공이 있다는 이유로 온 민족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일제의 주구가 되어 독립군을 토벌한 인사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면 과연 앞서가신 독립운동가들을 어떤 낯으로 볼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이번 조치에 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