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재진의 "고인에 대한 의혹이 있는데 당차원 대응할 것인가"는 질문에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합니까"며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여성단체들이 여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해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성협의회)는 14일 성명을 내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몇몇 의원들의 발언이 피해 호소인(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민주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국민과 여성과 피해 호소인에게 2차 피해가 되는 발언을 삼가하라”며 밝혔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박 시장의 빈소에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대책을 질문한 기자에게 “나쁜 자식”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같은 당 소속이자 서울시 부시장 출신인 윤준병 의원은 “언어의 상징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에 대처하는 것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며 박 전 시장에 대한 의혹 제기가 가짜일 수 있음을 암시했으며, 진성준 의원도 “박 시장이 가해자라고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자명예훼손”이라고 말해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협의회는 “이제는 피해 호소인의 인권보호와 2차 피해 방지가 강력히 요구된다”며 “피해 호소인은 대리인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 숨이 막힌다고 하였고, 자신과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피해 호소인의 안전과 일상이 회복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연이은 지도급 인사들의 성추행 관련 범죄는 더 이상 묵과할 수가 없다. 정치권은 당해 조직에서 이런 불미한 일들이 재발되 지 않도록 특단의 책임 있는 조치를 강구하고 국민 앞에 엄숙히 약속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거듭되는 민주당이 추천한 고위 공직자 성추행 사건에 대하여 당 차원의 책임 있는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