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왕산마리나 세금 지원’ 사건과 관련해 주민들이 감사기관에 감사를 청구했다가 각하 처분을 받았더라도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최아무개씨 등 인천시민 5명이 인천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인천시는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왕산마리나 요트경기장 조성사업을 위해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왕산레저개발에 167억원을 지원했는데 이를 놓고 최씨를 포함한 인천시민 396명은 “국제대회지원법을 위반한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청구인 수가 300명이 넘었기에 주민감사 청구 요건은 충족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인천시의 지원이 국제대회지원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고 감사 각하 처분을 내렸다. 이에 최씨 등 5명은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왕산레저개발을 상대로 인천시가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며 인천시를 상대로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감사기관이 주민감사 청구에 따라 실제로 감사를 진행했고 주민이 감사 결과에 불복할 경우에만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감사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았으니, 주민소송을 제기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도 “감사 각하 결정에 위법한 점이 있다면 항고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1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민소송은 지자체에 손해를 야기한 행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지 감사기관이 한 감사 결과의 당부를 다투는 소송이 아니”라며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감사기관의 위법한 결정을 항고 소송에서 다툴 게 아니라 권리구제절차인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효율적인 분쟁 해결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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