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시청 6층 시장실 앞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등신대가 서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폭력 혐의로 피소된 지 일주일 만인 15일, 서울시가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나선 데에는 여성계와 정치권의 진상규명 요구와 여론의 거센 압박 등이 두루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추행 의혹 전반에 대한 조사와 함께 박 시장에게 고소사건 보고가 이뤄진 경위, 피해자의 사전 피해 호소의 묵인 여부 등을 규명하기 위해선 퇴직 공무원 등도 조사해야 하는데 서울시 조사위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서울시는 이날 민관합동조사단에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를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피해 직원이 동료 직원 등에게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고 부서 이동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는 의혹은 서울시 내부를 향하고 있는 만큼, 외부인사와 공동 조사로 객관성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다. 시 관계자는 “향후 조사 과정에서 털끝만큼의 의구심이 생기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조사단 규모나 구성원 등은 “협의해나가야 한다”며 “이 부분을 미리 밝히는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시의 조사 기조와 관계되는 것이라 충분히 여성단체, 인권단체 등과 협의해 서로 납득하는 수준의 범위와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민관합동조사단에 피해 직원을 돕는 여성단체도 포함시키기 위해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해당 여성단체와 법률전문가도 공동으로 합의해서 정하는 등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관계없는 단체들만 불러서 하면 누가 조사 결과를 믿겠냐”고 말했다. 시는 진상조사와 함께 “2차 가해 차단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피해 호소 직원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실효적이고 충분한,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의 의지와는 별개로 수사권이 없는데다 강력한 리더십이 받쳐주기 힘든 민관합동조사단이 얼마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특히 사안의 특성상 박 시장 주변에 있었던 정무라인에 대한 조사가 필수인데, 대부분 지방별정직이어서 박 시장 사망과 동시에 자동 면직됐다. 고한석 비서실장 등 27명이 이렇게 그만뒀는데, 수사기관이 아닌 서울시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는 강제성이 없어 당사자가 거부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 조사단의 수사권 부재 등 우려와 관련해 황인식 대변인은 “외부 전문가들이 조사에 관한 충분한 경험, 지식, 방법을 많이 가진 분들이라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조사 내용에 따른 고소·고발 등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사단이 판단해서 여러가지 충분한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황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성폭력 피해 직원을 줄곧 “피해 호소 직원”이라고 호칭했다. 황 대변인은 피해 직원을 피해자라고 부르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이분이 (피해를) 말씀한 것이 아직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4월 박 시장 비서실 남성 직원이 여성 직원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일었을 때 서울시는 브리핑 등에서 피해 직원을 “피해자”라고 지칭한 바 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박 시장 성추행 의혹을 밝혀달라는 진정이 접수된 것과 관련해 이날 담당 조사관을 배정하며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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