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국가대표인 류성현(19·울산스포츠과학고)군에게 2020년 여름은 삶의 목표였다. ‘2020년 7월24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성현군은 올림픽 첫 출전을 손꼽아 기다리며 10대의 대부분을 보내왔다.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 각종 국제대회에도 출전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성현군의 꿈은 도전받고 있다.
국제대회가 줄줄이 취소된 것은 첫 시험대였다. 지난 3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GI) 종목별 월드컵’에 출전해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결승전 하루 전날 대회가 취소됐다. 이 대회 직후 출전하려고 준비했던 카타르 도하 월드컵도 연기됐다.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출국금지’ 소문까지 돌고 있었고, 성현군은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국제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취소됐다니까 울고 싶었어요.” 성현군은 23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2018년 전국체조대회에 참가한 이승민 선수. 이 선수 가족 제공
24일은 2020도쿄올림픽이 개막했어야 하는 날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된 올림픽 개최 전망은 안갯속이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메달을 목표로 달려온 젊은 선수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일이다. 그럼에도 젊은 선수들은 “아쉽지만 매일 해오듯 열심히 운동해서 내년 올림픽에 꼭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성현군 역시 마음을 다잡고 있다. 그는 국제대회 취소 뒤 코로나19로 인해 진천의 국가대표 선수촌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성현군은 “대회가 연기되면서 더 집중해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올림픽에서 3등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성현군처럼 재능이 있지만 가정 형편이 빠듯한 청소년들이 꿈을 이루도록 돕고 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젊은 선수들이 좌절하지 않고 ‘연기된 올림픽’을 향해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학업, 예술, 체육 분야에 꿈을 가지고 잠재력과 재능이 있는 만 7∼18살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을 대상으로 ‘초록우산 아이리더’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재단과 함께 훈련해온 양궁 국가대표 최하늘(19·진해여고 3학년)양도 언제 개최될지 모르는 올림픽에 대비해 요즘도 새벽부터 연습을 하고 있다. 하늘양은 “최근 국내 대회에서 좋은 성과을 내고 있는데 올림픽이 연기돼 아쉽다”면서도 “올림픽은 분명 언젠가 할 것이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다. 그동안 기록을 더 올리고, 연습해서 다음 평가전 때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에 가서 메달도 따고, 세계 선수들을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체조 국가대표 이승민(21·한국체육대 2학년)씨는 2018년 최우수 선수로 국가대표에 선발된 이후 도쿄올림픽을 준비해왔다. 승민씨는 “올림픽과 국가대표 선발전 시기에 맞춰 컨디션도 조절하고 있었는데 다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했다”면서도 “오히려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채윤태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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