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면담 거절과 관련해 대검찰청이 경위 파악에 나섰다.
대검은 23일 “주무 부서에서 (성추행 피해자 변호인의) 면담 요청과 관련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박 시장 고소 사실이 외부로 유출된 경위를 조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관련 조사는 대검 형사부가 맡는다.
앞서 피해자 쪽 김재련 변호사는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내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유현정 부장검사에게 고소 계획을 밝히며 면담을 요청했고, 8일에 만나기로 했지만 유 부장검사가 “면담이 어렵다”며 약속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자료를 내어 “해당 부장은 절차상 사전 면담은 어려우니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절차에 따라 고소장 접수를 하도록 안내했다. 상급기관에 보고하거나 외부에 알린 사실이 일절 없다”고 해명했다.
대검 형사부의 조사 핵심은 유 부장검사가 피해자와 면담 약속을 했다가 갑작스럽게 취소한 이유, 서울중앙지검 안에서 박 시장 고소 건이 보고된 경로, 법무부·대검에 이를 보고하지 않은 이유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의 검찰보고사무규칙을 보면, 각급 검찰청의 장은 ‘특히 사회의 이목을 끌 만한 중대한 사건’에 관해 상급 검찰청의 장이나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정부 시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범죄가 발생한 경우’ 또는 ‘검찰 업무에 참고가 될 사항이 있는 경우’에도 상급기관에 정보 보고를 해야 한다. 피해자 쪽은 피의자가 박 시장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비로소 유 부장검사와 면담 일정을 잡을 수 있었는데 몇시간 뒤 유 부장검사가 ‘본인의 일정’을 이유로 이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면담을 취소한 의사결정의 주체가 누구인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서울중앙지검 내부 지휘 체계로는 유 부장검사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를 지휘하는 김욱준 4차장검사를 거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고소 건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이 보고 의무가 있는 주요 사안을 대검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이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박 전 시장 관련 수사정보 유출 등 고발 사건은 일단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창수)에 배당된 상태다. 유 부장검사 등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를 통한 박 시장 고소 사건의 유출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수사 주체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에 맡겨 수사를 지휘하는 방안 모두 수사의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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