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왼쪽)과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참석하러 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같은날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연합뉴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위원장 양창수)가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이동재 전 <채널에이(A)> 기자는 ‘수사 계속 및 공소 제기’를, 한동훈 검사장은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수사심의위의 결론은 권고적 효력만 있으며 수사팀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수사심의위는 24일 현안위원회를 열어 이런 권고 의견을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날 현안위에는 양창수 위원장 외에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 각 분야 전문가 150~250명 가운데 무작위로 추첨된 현안위원 15명이 참석했다. 위원장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날 안건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강요미수죄 등에 대한 수사 계속 및 공소 제기 여부였다. 심의 결과, 이 전 기자에 대해서는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 계속(12명) 및 공소 제기(9명)가 의결됐다.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수사 중단(10명) 및 불기소(11명)로 의견이 모아졌다. 한 검사장 변호인인 김종필 변호사는 “위원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한다”고 짧은 의견문을 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회의에서는 수사팀과 사건 관계인들이 전부 참석해 각 3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각자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은 위원들의 질문에 답변도 했다. 의견 진술은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정진웅 부장검사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이동재 전 채널에이 기자, 한동훈 검사장 순으로 진행됐다. 지금껏 드러난 증거만으로는 ‘강요미수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수사팀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던 대검 형사부는 현안위에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 전 기자 변호인이 최근 전문을 공개한 이른바 ‘부산 녹취록’(지난 2월13일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만나 나눈 대화)에서 한 검사장이 말한 “그건 해볼 만하지” “그러다 한 건 걸리면 되지”라는 대목이 단순히 취재를 독려한 것인지, 이 전 대표 협박을 공모한 것인지도 논의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날 현안위에서 ‘부산 녹취록’ 외에 두 사람의 통화내역 등 여러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사심의위 권고 결정에 따라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관계를 입증하려는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지난 2~3월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리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표에게 편지 등을 보내 협박한 것으로 보고 지난 4월부터 석달 넘게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한 검찰은 21일에는 한 검사장을 조사하며 수사의 무게중심을 한 검사장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 검사장의 강요미수죄 공범 의혹에 대해서는 현안위원 다수가 수사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검찰로서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심의위의 결정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팀은 입장문을 내어 “한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폰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피의자 1회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 등을 감안해 ‘수사 계속’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과 법원의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취지, 수사심의위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사 및 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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