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씨는 해당 영상에 나온 어린이집 교사가 아들 ㅇ군을 무릎으로 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상을 보면 교사가 ㅇ군에게 갑자기 다가가 무릎으로 얼굴 쪽을 때리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ㅇ군은 맞은 듯 흠칫하는 모습을 보인다. ㅂ씨 제공
두살배기 유아가 어린이집에서 교사에게 박치기 등 학대를 당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는데도 검찰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한 사건을 법원이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약식기소할 정도로 가볍게 볼 사건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은 지난 5월 경북 구미의 한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세명에 대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2018년 6~8월 당시 나이 두살이던 ㅇ(4)군 등에게 박치기를 하는 등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다.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어린이집 교사 ㅈ씨 등이 ㅇ군 등의 머리에 여러 차례 박치기를 하거나, 플라스틱 상자로 아이의 머리를 치고 장난감을 던져 아이의 머리에 맞혀 신체적 학대를 했다며 300만~500만원의 벌금형을 청구했다. ㅈ씨 등은 아이의 옷섶에 과일을 문질러 얼룩지게 한 뒤 그 과일을 다시 아이에게 먹이는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의 이 같은 수사 결과에 ㅇ군의 부모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ㅇ군의 어머니 ㅂ씨가 어린이집의 폐회로텔레비전(CCTV)를 살펴본 뒤 640여건의 학대 정황을 찾아내 어린이집 관계자들을 고소했는데, 검찰이 이 가운데 13건만 기소했다는 것이다.
ㅂ씨는 “학대가 이뤄진 뒤 불과 두살인 아이들이 아파서 울거나 머리를 문지르는 모습도 보였는데 정식재판에도 넘기지 않은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찰 입회 아래 영상을 분석한 한 정신과 전문의도 “보육교사들이 기저귀를 가는 과정에서도 아이를 거칠게 다루고 압박하는 등 신체적으로 고통을 줬다. 아이가 아직까지도 자기 머리를 때리는 등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인다”며 ㅇ군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불기소 처분한 대부분의 피의사실들에 대해 검찰은 “아동 보육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행동으로 보여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 자료가 없다”고 봤다.
여러 차례의 정서적·신체적 학대 정황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약식기소를 한 것은 아동학대를 무겁게 처벌하는 최근의 추세와 거리가 있다. 지난해 부산지방법원은 말 안 듣는 아이의 이불을 끌어당겨 바닥에 나뒹굴게 하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는 어린이집 교사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어린이집 간식 시간에 특정 아동에게는 과자가 남아 있는데도 주지 않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만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도 있다.
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혼자 머리를 때리고 악몽에 시달리는 아들을 보면 ㅂ씨는 수사기관이 야속할 따름이라고 했다. ㅂ씨는 “아직도 꿈에 괴물이 나온다고 아이가 잠도 깊게 못 자고 어른 눈을 마주 보지도 못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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