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사려고 송금만 했어도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7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아무개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8년 12월께 대마와 엑스터시를 구매하고자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마약 판매책들에게 네 차례에 걸쳐 8만~70만원을 송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네 차례의 거래 중 실제 물건을 받은 건 한 번뿐이었고 나머지는 판매책이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주진 않았다. 앞서 이씨는 대마 관련 범죄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현재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자숙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각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는바 그 죄책이 무겁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물건을 받지 못한 거래는 형량을 정하는데 유리하게 참작되기는 했지만, 유죄로 인정됐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구매 미수에 그친 3건에 대해선 “마약류 매매는 매수인이 마약을 취득하는 시점에 그 행위가 완성된다”며 무죄로 판단해 1심 선고를 깨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매책이 마약을 전달하는 행위가 시작되지 않았고 송금만 했기 때문에 마약류 매수에 착수했다고 보기 어렵고 매수하기 위한 준비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마약 구매를 위한 송금 또한 “마약류 매수에 근접·밀착하는 행위이기에 매수 실행의 착수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항소심의 무죄 부분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또 “이씨가 마약 소지 또는 입수가 가능한 상태에서 마약류 매매대금을 송금했기에 마약 매수행위에 근접·밀착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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