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임플란트를 판매하며 대폭 할인된 금액으로 치과용 합금을 묶어 파는 방식으로 1백억대 판매 고가를 올려 리베이트 의혹을 받은 의료기기 업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기소된 의료기기 제조업체 ㄱ사와 대표 이아무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ㄱ사는 건강보험 급여항목인 임플란트는 비싸게, 그렇지 않은 치과용 합금은 저렴한 가격으로 묶음 판매하는 방식으로 병원 고객을 유치했다. 실제로 임플란트와 치과용 합금을 각각 500만원어치씩 제공하면서도 600만원(임플란트 500만원, 치과용 합금 100만원)만 받는 식이었다. 이렇게 되면 병원은 치과용 합금을 시가보다 훨씬 싸게 사들여 4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과 다름 없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는 임플란트 기자재 비용도 환급받을 수 있었다. ㄱ사는 시술비의 절반을 지원하는 ‘임플란트 지원제도’가 처음 시행된 2014년 7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약 3천회 거래를 통해 병원 쪽에 100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 판사는 ㄱ사가 판매한 방식이 리베이트 제공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리베이트란 의료기기 업체 등이 물품을 판매한 대가로 불법적·음성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인데, ㄱ사가 의사들에게 그러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다. 이 판사는 “ㄱ사는 이 상품을 광고사이트나 이메일, 직접 방문을 통해 홍보해 왔는데, 이는 예전부터 해 왔던 제품 홍보·판매 방식과 큰 차이가 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 판촉행위 대상이 될 만한 치과의사를 물색하거나 개별적으로 접촉해 판촉을 했다고 볼 자료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록만으로는 ㄱ사가 이러한 치과용 합금 가격할인 행위로 실제 어느 정도의 비용을 출혈적으로 지출했는지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거래행위 자체로 ‘경제적 혜택’이 소수의 의료인들에게만 귀속되고 리베이트에 지출된 비용이 의료기기 가격에 반영돼 다수의 환자들에게 전가될 우려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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