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이번주에 발표할 검경수사권 조정 시행령안에 경찰이 수사를 중지하면 검찰의 통제를 봉쇄하는 조항이 신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기관의 수사 중지는 ‘봐주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청와대가 마련한 검경수사권 관련 형사소송법 시행령 잠정안에는 경찰의 ‘수사 중지’라는 새로운 용어가 포함됐다. “피해자, 참고인 등의 소재가 불분명한 사건은 ‘수사 중지’로 포함돼 사건관계인이 검찰에 이의신청할 수 없다”는 취지의 조항이 들어간 것이다. 또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를 중지하면 고소인은 상급기관인 지방경찰청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의 수사 중지가 적정한지 검찰 등 외부기관의 검증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막히는 셈이다.
새로운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따라 경찰은 자체적인 수사 종결권을 얻게 됐지만, 고소인이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이의신청을 하면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한다. 그러나 기소 의견도, 무혐의 처분도 아닌 경찰의 ‘수사 중지’ 사건에 검찰 통제를 배제하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핵심 증인의 진술이 없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며 내리는 ‘참고인 중지’ 처분 등은 수사를 미뤄 사건을 뭉개는 방식으로 쓰인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박준영 변호사(전 검찰개혁위원)는 “수사 중지는 검사가 경찰을 통제도 할 수 없을뿐더러 고소인의 이의신청권 행사도 불가능하게 한다. 경찰이 사건을 덮고 싶을 때 참고인 조사를 안 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 이 시행령을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잠정안에서는 검찰의 ‘시정조치 요구’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나 법령 위반 등이 의심될 때 송치를 요구할 수 있는 ‘시정조치’ 제도는 지난 2월 공표된 수사권 조정안에 신설됐다. 그러나 경찰은 청와대에 검찰의 시정조치 대상을 ‘종결된 사건은 제외하고 수사 중인 사건으로 한정해달라’고 요구했고 청와대도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홍석 변호사(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는 “수사권 조정안에서는 경찰의 인권 침해 소지가 있으면 검찰의 시정조치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종결한 사건이라고 해서 검찰의 시정조치를 막는 건 법에서 인정한 범위를 시행령으로 좁히는 법률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관계자는 “수사 종결된 사건도 검찰이 시정조치를 할 수 있게 되면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는 수사권 조정안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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