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싸움 뒤 수습책으로 서로 맞은 만큼 때리라고 한 교사에게 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신헌석 부장판사는 ㄱ군과 어머니가 담임교사와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관리 책임이 있는 경기도는 이들에게 400만원을 배상하되 그중 270만원은 교사와 공동 배상하도록 했다.
2016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던 ㄱ군은 ‘그동안 가슴을 맞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며 같은 반인 ㄴ군의 얼굴을 두 차례 때렸다. 이를 알게 된 담임교사는, ㄱ군에게는 ㄴ군의 가슴을 한 차례, ㄴ군에게는 ㄱ군의 얼굴을 2차례 때리게 했다. 이전 싸움 과정에서 주고받은 주먹질을 고스란히 되돌려주게 한 조처였다. 그 뒤 학교폭력전담기구 회의가 열렸고 ㄱ군 쪽은 ㄴ군 쪽에 사과하고 담임교사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작성했다. 그 뒤 ㄱ군의 어머니는 “ㄴ군이 지속적으로 아들을 폭행했다“며 학교폭력 신고를 또 했지만 학교는 ‘ㄴ군의 괴롭힘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학교 소속 지자체인 경기도와 교사를 상대로 ㄱ군 쪽이 소송을 낸 것이다.
신 부장판사는 지자체와 교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교사가 두 학생의 가슴과 얼굴을 서로 때리도록 한 것은 징계나 지도의 목적이었다 해도 초·중등교육법이 금지하는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사건 당시 ㄱ군이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있었고, 그 원인은 ㄴ군의 괴롭힘과 자신에 대한 학교의 부당한 대우 때문이라는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교사는 경위를 살피는 등의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ㄴ군이 ㄱ군을 괴롭혔는지는 둘 사이에 발생한 일이라 쉽게 드러나기 어려워 보임에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ㄴ군이 ㄱ군을 괴롭히지 않았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교사는 학생을 보호·감독할 의무가 있는 자로서 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해 ㄴ군에게 불법행위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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