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원심 깨고 채권자 패소 판결
대법원 3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빚을 물려받지 않은 부모 대신에 그 자녀들이 할아버지의 빚을 갚으라”며 고인의 손자·손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1997년 1월 8700여만원의 빚을 진 노아무개씨가 숨지자, 노씨의 부인과 자녀 4명은 같은해 2월 상속을 포기했다. 그러나 채권자인 기술신보는 2002년 10월, 당시 9~31살이던 노씨의 손자·손녀 10명을 다음 순위 상속인으로 지목하고 소송을 냈고, 같은해 11월 이들은 급히 한정승인 신고를 했다. 이에 1·2심 재판부는 “노씨의 손자·손녀들도 그들의 부모를 통해 상속개시가 있었음을 알았으므로, 2002년 11월의 한정승인 신고는 그 기간(상속개시일로부터 3개월)을 지나친 것으로 효력이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을 확정할 때 법원은 상속개시의 원인사실 뿐 아니라 자신이 상속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을 규명해야한다”며 “기술신보가 노씨 손자·손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시점에서야 이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상속포기를 한 것이라고 봐야하기 때문에, 이를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