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된 '성 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판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찢어진 상태로 발견돼 임시 철거됐다.연합뉴스
성소수자 인권을 주제로 한 지하철 광고가 게시된 지 이틀 만에 훼손됐다. 광고를 게시한 ‘2020 국제 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공동행동’(공동행동)은 2일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에 기인한 폭력”이라며 “경찰 신고를 통해 훼손한 이를 찾아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증오에 기인한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오늘 오전 성소수자 지하철역 광고가 훼손됐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광고는 지난달 3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된 광고로,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공동행동은 논평에서 “성소수자들이 자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후원하며 제작한 광고는 공동체의 성과였다. 일상 속에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는 함께 평등의 가치를 높이며 공존을 모색해보자는 제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고는 게시 이틀 만에 누군가에 의해 찢겨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이에 대해 공동행동은 “성소수자들에게 공공장소에 드러내지 말라고 위협을 가하고 혐오를 과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형법상 재물손괴일 뿐 아니라 명백히 성소수자 증오에 기인한 폭력이고 범죄”라며 “경찰 신고 등을 통해 끝까지 범인을 찾아내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해당 광고는 대행사 쪽의 조처로 철거된 상태다. 공동행동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일 경찰 신고를 진행하고 대행사 쪽과 논의해 광고 재게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0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공동행동)이 지난달 3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한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광고가 게시 이틀 만에 훼손돼 2일 오전 철거된 상태다. ‘공동행동’ 제공
공동행동은 “공공장소에 광고도 걸지 말 것을 강제하는 이들의 폭력행위는 그 자체로 성소수자의 삶에 인권과 평등이 보장돼야 하는 시급한 이유임을 보여준다. 훼손된 광고에 일요일 오전부터 성소수자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받은 충격, 상처 분노는 상당하다”며 “성소수자를 증오하는 이들의 작태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며 차별과 폭력에 맞어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외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공동행동은 지난 5월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이해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해당 광고를 게시하려고 했으나 서울교통공사가 게시를 거부했다. 시민단체의 광고 개시 재심의 요청을 받은 서울교통공사는 외부위원회 검토를 거쳐 7월14일 허가 통보를 전달했다.
‘2020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이 지난달 3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재한 광고. 페이스북 갈무리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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