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이 지적 장애가 있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을 조사하면서 가족 등 신뢰관계인을 동석시키지 않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제동을 걸었다.
10일 인권위는 탈북 과정에서 정신질환을 입은 피의자를 상대로 경찰이 단독 조사를 진행한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한 인간 존엄성과 형사절차에서의 적법성을 침해한 행위라고 의견을 밝혔다. 인권위가 공개한 결정문을 보면 해양경찰청은 지난해 5∼6월 지적장애인인 피의자 ㄱ씨를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하면서 법적 후견인이나 가족을 모두 동석시키지 않았다. 정신 연령이 11살 수준인 ㄱ씨는 탈북 과정에서 받은 충격으로 정신질환을 입고 입원 진료를 반복해서 받아온 상태였다.
해양경찰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ㄱ씨가 의사를 명확히 표현해 장애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ㄱ씨가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지 의심이 되어 재차 설명했다’고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네 번의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장애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수사 초기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식별해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해양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