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철 신임 서울고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서울고검 자료 제공.
조상철 신임 서울고검장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개혁은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공정한 법 집행이라는 검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고검장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서울고검과 관내 청 구성원들에게 이런 내용 등을 담은 당부 사항을 전했다. 사법연수원 23기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동기인 조 고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이다. 법무부 검찰국 검사와 형사기획과장, 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법무부 대변인, 대검 공안기획관, 법무부 기조실장 등 법무·검찰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우선 조 고검장은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현재 검찰에 가장 필요한 점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에 충실해 헌법 가치 수호와 공정한 법 집행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법질서를 부정하는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되 직무수행 과정에서 인권을 보장하고 적법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혁이란 것은 단순한 변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며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 그 원칙과 기본이 흔들리지 않도록 견지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개혁”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조 고검장은 역량 강화와 바른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기본에 충실하고 공정한 법 집행을 하려면 충분한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역량을 갖춘 검찰인이라면 핵심을 간파하고 진실을 밝혀 억울함을 해소해 주었을 사건임에도, 담당자의 역량 부족으로 잘못 처리된다면 당사자의 승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검사의 역량으로 △사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 판단력 △적시에 정확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결정력 △변화에 자신을 맞출 수 있는 적응력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공감력을 꼽았다.
조 고검장은 “역량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자세와 태도”라며 바른 자세를 갖추도록 당부했다. 그는 “아무리 역량이 좋아도 자세나 태도가 나쁘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량이 없느니만 못한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무성의하거나 사가 끼어 일을 처리하면 사건 당사자에게는 한으로 남고 그 일을 수행한 자신은 악업을 쌓는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른 생각과 자세를 가지면 좋은 습관이 몸에 배게 되고 좋은 습관이 쌓여 훌륭한 인격이 형성된다”며 “개개인의 능력과 인격이 올라가면 조직 전체의 역량과 품격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을 늘 명심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조 고검장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자기 자신에 대한 절제, 타인에 대한 배려가 긴요하다”며 “존중하고 소통하며 행복하게 지내자”고 밝혔다. 그는 “요즘 우리 주변을 보면 타인에게 무례하고,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분출하며, 자기 책임에는 눈 감은 채 다른 사람만 마구 힐책하는 사람이 있다”며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을 때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예의와 절제, 배려를 실천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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