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 모인 직장 갑질 피해자 20여명이 종이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습. 직장갑질119 제공.
한 대형병원에서 보안인력으로 일하고 있는 ㄱ씨 등은 경비조의 조장으로부터 상습적인 폭언과 욕설에 시달려왔다. 조장은 툭하면 대원들을 집합시켜두고 “내가 우습냐”, “내가 4개월 동안 욕 안하고 있으니까 장난하냐”, “만만하냐”고 비난하거나 “나잇값도 못한다”며 공개적인 폭언을 했다. 대원들에게 화장실가는 것까지 보고하도록 시키기도 했다. 또다른 경비조의 조장들도 마찬가지로 대원들에게 “집에서 키우는 개들도 한번 말하면 알아듣는다”는 등의 폭언을 해왔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ㄱ씨 등 피해자들은 병원 쪽에 신고를 했지만 병원 쪽은 “근무불량자의 악의적인 민원”이라고 일축했다. ㄱ씨 등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 진정을 낸 이유다.
12일 인권위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진정을 당한 경비조장 3명은 조사에서 폭언과 욕설 사례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경비직무의 특성과 긴박한 업무 상황에서 화를 낸 것뿐이며 조원들과는 원만하게 업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쪽 역시 “시설경비 직원간의 폭언, 욕설 등 부조리한 행동이 민간위탁시에는 행해졌지만 병원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한 이후에는 인권침해 사례가 대부분 근절됐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권위는 20여명의 참고인과 진정인을 조사하고 가해자들의 발언 녹취 등을 확인한 결과 여러 차례의 인권침해 행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가해자들의 언행과 업무방식의 침해 정도, 침해행위의 지속성과 반복성, 피해자들의 규모를 고려할 때 이는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라며 해당 병원장에게 직원들의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처리할 때 적절한 피해자 보호 조처를 하라고 의견을 표명했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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