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기초단체장 4명 중 1명 ‘다주택자’…용인시장은 14채

경실련, 서울·경기·인천 기초단체장 65명 부동산 보유 현황 발표
상위 10명 평균 부동산 재산 39억원…국민 평균 13배

20일 종로구 경실련에서 '수도권 기초단체장 부동산 재산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의 부동산 재산이 국민 평균보다 3배 이상 많고, 이들의 24%가 다주택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 등을 바탕으로 서울·경기·인천 지역 기초단체장 65명(더불어민주당 61명, 미래통합당 4명)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수도권 기초단체장의 평균 재산은 15억4000만원이고 이중 평균 부동산 재산액은 10억8000만원으로 70%를 차지했다.

특히 수도권 기초단체장 재산 상위 10명의 부동산 재산 평균은 39억원으로 일반국민 평균인 3억원보다 13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기초단체장은 김영종 종로구청장으로 7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재산 상위 4명의 기초단체장은 34~72억원대에 이르는 상가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경실련은 정부가 주택 외 상가건물 등의 보유세는 올리지 않아 이들 단체장의 세금 혜택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기·인천 기초단체장 중 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단체장은 각각 엄태준 이천시장(47억원),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15억5000만원)이다. 경실련 쪽은 지역별 집값 차이가 기초단체장 자산 격차로 이어진 양상이라고 짚었다.

본인과 배우자의 재산을 합산했을 때 다주택자는 16명(24%)이었다. 1위는 백군기 용인시장으로 서울 한남동 연립주택 13채와 서울 방배동 아파트 1채를 보유한 채 지역구인 용인시에는 임차권만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채를 보유해 2위에 오른 서철모 화성시장은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고양시‧군포시 지역에만 20년 이상 된 주공아파트 8채를 갖고 있었다.

전체 자산보다 부동산 신고액이 높아 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단체장도 있었다. 각각 부동산 재산 상위 2·3위에 오른 정순균 강남구청장,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전체 자산 대비 부동산 신고액 비중이 124~133%에 달했다. 정 구청장은 70억1000만원, 조 구청장은 50억1000만원의 부동산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체장들의 신고 재산이 시세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는 35명 단체장의 부동산 시세는 평균 41% 상승했지만, 지난 7월 기준 부동산 신고액의 시세 반영률은 평균 5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기초단체장들이 터무니없는 분양가는 반려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기초단체장들도 부동산 문제를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윤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