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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프로답게 짧은 치마 입어라”?…인권위 ‘성적 굴욕감 줬다’

등록 2020-08-20 18:40수정 2020-08-21 02:32

인권위 2018~2019 성희롱 시정권고 사례집 발간
“2차 피해 호소하는 경우 늘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영어강사 ㄱ씨는 학원 원장에게서 ‘일할 땐 짧은 치마나 짙은 색 스타킹을 착용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원장은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중요하다”며 의자에 엉덩이만 걸치고 앉는 자세까지 지도했다. 이에 ㄱ씨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내자 인권위는 “직무와 관련 없는 노출을 강요하고 성적 굴욕감을 안겼다”며 학원 원장이 성희롱을 했다고 판단했다.

20일 인권위는 이 사례를 포함해 2018~2019년 2년간 시정 권고한 성희롱 진정 34건을 담아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최근 진정을 살펴보면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부정적 여론이나 불이익 조처, 정신적 피해에 노출되는 등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밝혔다. 2018년 이후 본격화된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권위의 판단도 변화된 시대상을 적극 반영했다.

인권위는 우선 “피해자 보호는 단순히 가해자 징계 등 인사 조처에 머무르지 않으며 조직 내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소문 등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봤다. 동료 직원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뒤 군청 안에서 되레 ‘서로 좋아하는 관계였는데 이제 와서 성추행당했다고 한다’, ‘바람나서 남편이 힘들어한다’ 같은 악의적인 소문을 듣게 된 ㄴ씨가 낸 진정의 결정문에서다. 결정문에서 인권위는 “(책임자인) 군수는 성희롱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인권위는 성폭력에 있어 “피해자의 명시적인 거부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 당시에 거부하지 않았어도 “오히려 겉으로 호응하고 속으로 감내해야 하는 이중적인 고통이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술자리에 참석한 후배 직원에게 ‘왕게임’ 등 수위 높은 게임 참여를 강요하거나 음란한 내용이 들어간 단어들로 삼행시를 짓게 한 한 신문사의 팀장에 대해 내놓은 결정문에서다. 피해자 ㄷ씨는 이 팀장의 지속적인 성희롱으로 정신과 약을 복용할 정도로 피해를 입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영향력을 가진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칭찬을 했다고 해서 성폭력을 ‘합의에 의한 관계’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었다. 제자에게 “너와는 속궁합이 맞겠다”는 등 지속적인 성폭력을 저지른 교수 ㄹ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제자가 ‘교수님은 천재다’, ‘교수님의 저서는 세계 명작이다’라고 찬사했다”며 합의에 의한 관계를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이는 스승에 대한 존경의 표시 또는 진정인의 학업 수행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피진정인(교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의 표시이지, 이를 넘어서는 이성적 호감의 표시로 보기 어렵다”며 대학 쪽에 수사를 의뢰하라고 권고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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