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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통닭은 ‘충격’이었고 치킨은 ‘힙’했다

등록 2020-08-25 04:59수정 2020-08-25 14:20

[한겨레 아카이브 프로젝트] 시간의 극장
제13화 치킨

▶1991년 〈한겨레〉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경찰서는 13일 오후 7시30분께 성남시 중동 한 켄터키치킨점에서 집시법 위반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됐던 ○○대 총학생회장 아무개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서슬 퍼렇던 노태우 정부 시절 이야기다. 그런데 기사를 접한 지인은 엉뚱한 것을 궁금해했다. “잡혀가기 전에 치킨을 먹었을까, 못 먹었을까?” 솔직히 나 역시 궁금하다(기사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수배 중이던 스물두 살 젊은이는 치킨이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그의 욕망에 쉽게 공감하는 까닭은 우리 역시 치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겨레〉 아카이브에서 치킨이 국민 간식이 된 과정을 돌이켜봤다. 해설 김태권

너도나도 창업했지만
체인점 난립하며 경쟁 치열
30여년 전, 1992년부터 그랬다

마늘통닭 등 다양한 요리 등장
외국 외식업체 케이에프씨 견제하는
토종 브랜드 비비큐 칭찬 기사도

치킨의 추억. “얼큰하게 취한 아버지”는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가 담긴 “누런 봉투”를 들고 한밤중에 귀가했다. “낯익은 70년대 풍경이다.” 우리 집은 저런 일이 없었는데도 나조차 향수에 젖을 정도다. “요리칼럼니스트 김학민씨는 ‘요리 과정이 복잡한 백숙이나 삼계탕 같은 요리가 다였던 시절 간편한 조리법의 (전기구이) 통닭이 등장한 건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한다.” 2012년 한겨레 ‘esc’ 지면에 실린 전기구이 통닭 기사다.

멕시카나, 페리카나, 이서방…

통닭의 뒤를 치킨이 이었다. 2018년 <한겨레21>의 기사에 따르면 “업계는 1970년대 문 연 림스치킨을 원조로 본다. 외제면 양잿물도 마신다(던 시절에) ‘치킨’이라는 이름은 요샛말로 ‘힙’했다.” 치킨끼리는 경쟁도 치열했다. 2008년 〈한겨레〉 esc에는 치킨전쟁을 정리하는 기사가 났다. “90년대를 풍미한 치킨 프랜차이즈 1세대의 5대 강자로 멕시카나, 페리카나, 처갓집, 이서방, 스머프가 꼽힌다. 지금 페리카나와 멕시카나 이외 업체들은 명맥만 유지하거나 고전 중이다. 1세대 치킨들이 밀려난 이유는 소비자의 입맛이 바뀌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갓 튀긴 치킨만큼이나 치킨을 둘러싼 세상도 뜨거웠다.

사랑도 받았지만 싸늘한 시선도 있었다. 패스트푸드를 고까워하던 어른들의 눈에, 달고 짜고 기름진 치킨은 마뜩잖았다. 2004년 〈한겨레〉 ‘생활글’에 실린 초등학교 4학년의 글을 보자. “우리는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안 된다. 해로운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에는 햄버거, 뼈 없는 닭고기, 피자, 치킨 등이 있다.” 글쎄다. 편식하지 말라고 잔소리는 해야 했겠지만, 어른들이 이렇게까지 아이를 겁줘야 했을까. 글 쓴 친구도 지금은 어른이 되었을 텐데, 자기 ‘기고문’을 추억으로 떠올리면 좋겠다.

치킨을 마음 편히 즐기기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는 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조류독감이다. 2004년에 치킨 업계의 어려움이 기사로 실렸다. “치킨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맹점을 모으지 못해 울상이고,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도 우왕좌왕하는 처지다.” 이때 치킨집 매출이 “40~50%씩 급감”했단다. 살처분 역시 끔찍한 일이다. “2500만마리 살처분, ‘명’이 아니라 ‘마리’ 아닌가 넘어가려 해도 지나치게 많은 생명이다.” 2016년 12월의 〈한겨레〉 ‘프리즘’이다. 2017년 1월에는 ‘닭 가상 인터뷰’도 실렸다. “‘동물 복지를 한번쯤 생각해 달라’고 하면 ‘한가한 소리 하고 있네’ 할 거 아냐?” 날 선 답변이 까칠하다.

그래도 우리는 치킨을 먹는다. 2004년 총선 때는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치킨집에 모여 개표방송을 본 이야기가 기사로 실렸다. 2011년 8월에는 이런 기사가 났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33.3%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자 400여명의 서울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잔치국수와 치킨으로 잔치를 벌였다.” 오세훈이 시장 자리를 물러날 때의 일이다. 야구와 축구와 올림픽을 볼 때도 치킨이 없으면 아쉽다. 2012년 esc 기사에 따르면 잠실야구장 앞의 어느 치킨집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치킨이 170마리쯤 팔린다고 했다. 2010년 월드컵 때는 사람들이 치킨을 너무 많이 시켜 먹어 복날에 먹을 닭이 동이 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났다. <한겨레21>은 닭고기 업체에 소문의 진위를 물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그리스전 때 물량은 지난해보다 10% 늘었지만 복날 때에 비하면 적은 물량”이라고 밝혔다. 역시 복날은 닭고기인가 보다.

1960~70년대에 꼬챙이에 꿰인 채 빙빙 도는 전기통닭의 모습은 닭 요리의 대중화를 알리는 신호였다. 1978년에 문을 연 온달치킨을 찾아가 2012년에 박미향 기자가 찍었다.
1960~70년대에 꼬챙이에 꿰인 채 빙빙 도는 전기통닭의 모습은 닭 요리의 대중화를 알리는 신호였다. 1978년에 문을 연 온달치킨을 찾아가 2012년에 박미향 기자가 찍었다.

아이에게 패스트푸드를 먹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던 어른들에게, 햄버거와 치킨은 밉상이었다. 2004년에는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는 시민운동도 일어났다. 퍼포먼스에 동원된 아이가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아이에게 패스트푸드를 먹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던 어른들에게, 햄버거와 치킨은 밉상이었다. 2004년에는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는 시민운동도 일어났다. 퍼포먼스에 동원된 아이가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닭고기, 오리고기,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조류독감이 돌면 사람들이 닭고기를 꺼리기 때문에 영세한 치킨집들이 타격을 받는다. 2004년에 서울 명동에서 닭고기 먹기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이다. 이정용 기자가 찍었다.
“닭고기, 오리고기,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조류독감이 돌면 사람들이 닭고기를 꺼리기 때문에 영세한 치킨집들이 타격을 받는다. 2004년에 서울 명동에서 닭고기 먹기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이다. 이정용 기자가 찍었다.

이 끔찍한 사진은 살처분 노동자가 찍어 〈한겨레〉에 제공한 것이다. 조류독감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병에 걸리지 않은 닭들을 죽여 파묻는다. 어찌나 많이 죽이는지 구덩이는 포클레인으로 판다. 이 사진은 2019년에 지면에 실렸다.
이 끔찍한 사진은 살처분 노동자가 찍어 〈한겨레〉에 제공한 것이다. 조류독감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병에 걸리지 않은 닭들을 죽여 파묻는다. 어찌나 많이 죽이는지 구덩이는 포클레인으로 판다. 이 사진은 2019년에 지면에 실렸다.

2010년 월드컵 때 류우종 기자가 찍은 사진이다. “월드컵 시즌 중에는 반마리 주문은 받지 않습니다.” 한국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치킨을 차려내고 배달할 일손이 부족할 정도다. 그런데도 복날의 소비량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2010년 월드컵 때 류우종 기자가 찍은 사진이다. “월드컵 시즌 중에는 반마리 주문은 받지 않습니다.” 한국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치킨을 차려내고 배달할 일손이 부족할 정도다. 그런데도 복날의 소비량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한국 사람은 닭고기 적게 먹는다?

2005년 〈한겨레〉에는 야구인 김태원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1990년 18승, 94년 16승으로 프로야구 엘지 트윈스를 각각 우승으로 이끌었던” 전설의 투수. 은퇴 후 투수코치로 일하다가 해고되었다. “야구밖에 모르던 그는 실직 날벼락에 치킨집을 운영하며 직접 배달도 했다. 주유소 경영에도 나섰지만 경험 부족으로 곧 거덜이 났다.” 안타까운 이야기다. 그래도 훗날 코치로 복귀하여 한기주와 양현종이라는 걸출한 선수를 키워냈으니 나름대로 해피엔딩이랄까. 아무튼 김태원 같은 희대의 스타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치킨집 경영이다.

경쟁이 치열해서 그렇다. “소규모 영세업체들은 체인점의 난립으로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진다. 페리카나의 한 관계자는 ‘체인점 수는 다소 늘어나고 있으나 전체 매출액 규모는 변동이 없어 결국 새로 생긴 업소가 기존업소의 매출을 나눠 먹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객은 늘지 않는데 창업은 늘어나니 먹고살기 힘들다는 소리다. 다 아는 이야기라고? 언젯적 기사인지가 중요하다. 거의 30년 전, 1992년 초에 실린 글이다. 그때부터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였다.

왜 이렇게 경쟁이 심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다. 예를 들어 치킨집은 창업할 때 돈이 덜 든다는 것. “돼지고기만 해도 매장이 넓어야 하는데, 닭은 주로 배달이 많아 소규모 점포를 적은 돈에 차릴 수 있다.” 2004년 <한겨레21>에 실린 분석이지만 심심하다. 누구나 생각하는 이유 말고 다른 이유를 찾아보자. 첫째로는 한국 사람이 닭고기를 적게 먹기 때문이다. 정말? 생각 못 하던 사실이다. “1인당 연간 소비량은 10년 전보다 2배 증가했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한참 적은 수준이다.” 2008년 esc에 소개된 뜻밖의 통계다. “닭을 많이 먹는 미국과 브라질 등에 비하면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다.” 어째서일까? 한국 사람이 삼겹살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닭고기가 주식이 아니라 간식에 가깝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또 하나 이유는 맛의 차이를 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2018년 <한겨레21>에는 “왜 치킨집은 부재료로 승부하는가”라는 기사가 실렸다. “우리가 먹는 닭의 맛이 왜 거의 비슷한지”를, 그리고 “치킨 프랜차이즈가 소스나 파, 양파 등 부재료로 승부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 주제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김태원은 한때 최고의 스타였다. 1990년에 18승, 1993년에 노히트노런, 1994년에 16승을 거두며 엘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야구를 떠난 후 치킨집을 열고 직접 배달까지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2005년에 김동훈 기자가 찍었다.
김태원은 한때 최고의 스타였다. 1990년에 18승, 1993년에 노히트노런, 1994년에 16승을 거두며 엘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야구를 떠난 후 치킨집을 열고 직접 배달까지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2005년에 김동훈 기자가 찍었다.

치킨은 창업의 단골 아이템이다. ‘소자본신사업창업박람회’에서 치킨전문점 창업 상담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김태형 기자가 찍었다. 2003년 9월의 사진. 이해 말부터 조류독감이 돌았다. 이때 창업한 분들은 위기를 잘 넘겼을까.
치킨은 창업의 단골 아이템이다. ‘소자본신사업창업박람회’에서 치킨전문점 창업 상담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김태형 기자가 찍었다. 2003년 9월의 사진. 이해 말부터 조류독감이 돌았다. 이때 창업한 분들은 위기를 잘 넘겼을까.

목동의 치킨맨. 김용관 사장은 직접 개발한 캐릭터로 분장하고 배달에 나서 화제가 되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젊은 사장의 성공 스토리일 수도, 치킨업계의 무시무시한 경쟁 이야기일 수도 있다. 2004년에 김진수 기자가 찍었다.
목동의 치킨맨. 김용관 사장은 직접 개발한 캐릭터로 분장하고 배달에 나서 화제가 되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젊은 사장의 성공 스토리일 수도, 치킨업계의 무시무시한 경쟁 이야기일 수도 있다. 2004년에 김진수 기자가 찍었다.

‘닭의 메카’ 대구·경북

지금부터는 치킨 맛에 대한 이야기다. 2008년 esc 기사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의 성공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닭의 메카’로 꼽힐 만한 곳은 대구·경북이다. 주요 업체들 중 상당수가 영남에서 경쟁력을 검증받은 뒤 전국 시장에 진출했다. 양념치킨은 80년대 초 대구 칠성시장에서 시작돼 멕시카나 등이 본격 상품화했다. 간장소스 덕분에 교촌은 전국구로 뜰 수 있었다.”

독특한 맛의 소스를 개발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는 노력한다. 교촌치킨 쪽은 “마늘간장소스는 교촌에만 있고 공장에서 만든다”고 밝혔다. “점주는 레시피를 모른다. 완제품을 받는다.” 비비큐 쪽은 “염지제를 자랑한다. 염지제를 공급받지 못하면 점주는 제맛을 내기 어렵다.” 굽네치킨은 “꿀, 갈비 양념 등을 강조한다.” 2018년 <한겨레21>에 실린 기사다. 잘 만든 소스는 ‘권력’이 되기도 한다. “10년 넘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활동한 전문가 A는 ‘가맹점주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시중에서는 안 파는, 그 프랜차이즈에서만 공급하는 특제 소스를 활용한다’고 말한다.”

“승부처는 소스다”

그런데 소스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고기 맛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치킨은 하림, 참프레 등 몇몇 양계 대기업이 공급하는 거의 같은 닭이다. 원재료의 맛은 같다. 승부처는 소스다.” 닭고기 업체는 힘이 세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수십개(수백개)지만, 가장 중요한 원재료인 닭을 공급하는 회사는 몇개 회사다.” 업체의 눈 밖에 나면 “축산 농가는 망하는 구조”가 됐다. 업체는 또한 우리의 입맛도 지배한다.

이 구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논산의 지산농원은 재래종 검은 닭인 ‘연산오계’를 키우는 곳이다. “채산성이 떨어져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도축장이 적어 못 팔기도 한다. 양계 대기업 대부분은 도축장을 소유하고 있는데, 도축량이 적은 토종닭 농장이 이용하기 어렵다. 그나마 있던 소규모 도축장도 사라져가는 형편이다.” 이승숙 대표의 한탄이 <한겨레21>에 실렸다. 박미향 기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미식의 기본은 맛의 다양성이다. 그 출발점은 음식의 원재료인 식재료다.”

창간 직후부터 〈한겨레〉는 다양한 음식문화를 소개했다. 닭요리도 마찬가지다. 1989년 여름에는 약병아리와 임자수탕 등 전통적인 보양식 조리법이 기사로 났다. 1990년 여름에는 영계백숙과 깨국탕의 조리법이 실렸다. 약병아리와 영계백숙, 임자수탕과 깨국탕은 이름은 달라 보이지만 비슷한 요리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닭 요리도, 반포치킨의 마늘통닭처럼 프랜차이즈와 다른 독특한 치킨 요리도 소개했다. 앞으로 다양한 요리를 맛보기 힘들어진다면 무척 섭섭할 것이다.

치킨의 기원은 원래 미국의 흑인 노예들이 닭을 튀겨 먹던 것이라 한다. 맛도 있고 조리법도 쉽다는 뜻이리라. 노릇노릇 맛있게 튀긴 군침 도는 닭의 모습을, 2008년에 박미향 기자가 부암동 치어스치킨에서 찍었다.
치킨의 기원은 원래 미국의 흑인 노예들이 닭을 튀겨 먹던 것이라 한다. 맛도 있고 조리법도 쉽다는 뜻이리라. 노릇노릇 맛있게 튀긴 군침 도는 닭의 모습을, 2008년에 박미향 기자가 부암동 치어스치킨에서 찍었다.

연산오계는 온몸이 새까만 재래종 닭이다. 고기의 맛도 특별하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대형 닭고기업체가 주도하는 지금 유통 시스템에서는 이런 닭은 제때 도축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2015년에 충남 지산농원에 찾아가 박미향 기자가 찍었다.
연산오계는 온몸이 새까만 재래종 닭이다. 고기의 맛도 특별하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대형 닭고기업체가 주도하는 지금 유통 시스템에서는 이런 닭은 제때 도축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2015년에 충남 지산농원에 찾아가 박미향 기자가 찍었다.

1977년에 문을 연 반포치킨은 마늘통닭으로 알려졌다. 마늘소스를 발라 전기구이를 한 다음 다시 마늘소스를 바른다. 김현과 이청준 등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자주 찾은 가게로도 유명하다. 2012년에 박미향 기자가 찍었다.
1977년에 문을 연 반포치킨은 마늘통닭으로 알려졌다. 마늘소스를 발라 전기구이를 한 다음 다시 마늘소스를 바른다. 김현과 이청준 등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자주 찾은 가게로도 유명하다. 2012년에 박미향 기자가 찍었다.

치킨과 세계화. 치킨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또 하나의 주제다. 〈한겨레〉의 옛날 기사 가운데 특정 치킨 프랜차이즈를 칭찬한 글이 눈에 띄었다. “비비큐는 고객의 주문을 받은 다음 국내산 신선한 닭을 조리해 배달해준다. 미리 만들어놓고 데워 파는 것이 아니라서 맛이 훨씬 좋다는 것.” 2002년 3월의 기사다. 10월에는 업체 대표의 인터뷰도 실었다. 이렇게 좋게좋게 소개하면서 말이다. “윤 회장은 ‘토종 경영인이다. 그러나 그는 비비큐라는 토종 브랜드로 막강한 케이에프씨(케이에프씨)를 한국에서 치킨 업계 2위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한겨레〉가 어째서?

케이에프씨를 견제할 토종업체를 응원하려던 걸까. 한동안 〈한겨레〉는 케이에프씨와 맥도날드 등에 비판적이었다. 1988년 12월에는 “외식산업을 외국 상표들이 석권하고 있다”며 “외국 회사만 좋은 일을 시켜주고 있다”고 걱정했다. 문제의 “외국 상표”로 케이에프씨와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를 거론한다. 1990년에는 시민운동단체가 제안한 “우리 농산물 먹기 시민생활수칙”을 소개했다. “맥도날드, 켄터키치킨, 피자헛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 이용을 삼간다”는 항목이 눈에 띈다. 1992년에는 “외국계 브랜드와 손잡은 대형 외식업체들이 내수경기 침체에 아랑곳없이 매장을 늘려간다”며 케이에프씨를 콕 집어 불편해한다.

요리를 풍부하게 하는 세계화

이삼십년 전의 기사들이다. 〈한겨레〉가 유난을 떨었을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때 이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도에서 일어난 케이에프씨 반대 운동을 〈한겨레〉는 1996년에 두차례에 걸쳐 소개했다. “남부 벵갈루루의 2호점은 농민단체 시위대에 의해 가게가 부서졌다.” 중국의 경우는 복잡하다. 1997년에는 상하이의 케이에프씨 지점에서 노동자 체벌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상하이 시민들은 다국적기업의 부당한 대우를 비난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압력을 가했다.” 그런데 특이하다. 중국인 상사가 중국인 노동자를 괴롭힌 사건이었는데 케이에프씨가 외국기업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어쩌면 케이에프씨가 중국에서 무척 인기를 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994년에는 “맥도날드, 켄터키치킨 등은 중국에 진출한 지 2~3년도 안 돼 자리를 잡았다”는 칼럼이 실렸다. 1996년에는 “케이에프씨는 유난히 닭고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 처음부터 꽤 사랑을 받았다”는 기사가 났다. 중국 사회 안에서도 케이에프씨를 보는 시각이 엇갈렸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세계화는 빠르게 우리의 일상이 됐다. 세계화를 나쁘게만 보던 시각도 사라졌다. 2017년 esc에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전국 각지에 있는 할랄 식당을 탐방해 소개했다. 서울에는 “돼지고기 대신 할랄 쇠고기를 넣은” 할랄 짜장면과 할랄 닭강정을 판매하는 마칸치킨앤누들이 있고, 부산에는 “중국 무슬림 상대로 할랄 닭고기 삼계탕”을 대접한 적 있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 카파도키아가 있다. 한국의 닭요리 문화도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이런 세계화라면 적극 찬성이라고 나는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미국 입맛을 대표하는 케이에프씨(KFC)가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사람들은 반기면서도 반발했다. 미국계 패스트푸드가 중국 사회의 빈부 격차를 드러내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에 문을 연 케이에프씨 점포를 1996년에 정현철 기자가 찍었다.
미국 입맛을 대표하는 케이에프씨(KFC)가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사람들은 반기면서도 반발했다. 미국계 패스트푸드가 중국 사회의 빈부 격차를 드러내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에 문을 연 케이에프씨 점포를 1996년에 정현철 기자가 찍었다.

케이에프씨는 인도에도 진출했다. 민족주의자들이 매장을 습격하고 지식인들이 “인도 입맛과 맞지 않는다”며 애써 외면했지만, 세계화의 흐름은 인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1998년 &lt;한겨레21&gt;에 실린 인도 현지의 사진이다.
케이에프씨는 인도에도 진출했다. 민족주의자들이 매장을 습격하고 지식인들이 “인도 입맛과 맞지 않는다”며 애써 외면했지만, 세계화의 흐름은 인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1998년 <한겨레21>에 실린 인도 현지의 사진이다.

“한국 드라마 보면서 닭강정과 프라이드치킨이 먹어보고 싶었다”는 무슬림 유학생의 소원을 이루어준 곳이 할랄 인증을 받은 한국음식 식당인 마칸레스토랑과 마칸치킨앤누들이다. 2017년에 박미향 기자가 찍었다.
“한국 드라마 보면서 닭강정과 프라이드치킨이 먹어보고 싶었다”는 무슬림 유학생의 소원을 이루어준 곳이 할랄 인증을 받은 한국음식 식당인 마칸레스토랑과 마칸치킨앤누들이다. 2017년에 박미향 기자가 찍었다.

▶ 해설자인 김태권 작가는 만화가입니다. 글도 쓰고 일러스트도 그립니다. 요즘은 주로 관악산 자락에서 두 아이를 떠메고 다니며 시간을 보냅니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와 <히틀러의 성공시대> 등의 만화책을 그렸고, <불편한 미술관>과 <에라스뮈스와 친구들>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 등을 썼습니다.

기획 팩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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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스토리는 전문직, 실화 소재 웹소설·웹툰 및 르포 기획사입니다. 저널리즘 바깥으로 확장하는 실화를 추구합니다.

<한겨레>가 지령 1만호를 맞아 ‘시간의 극장―한겨레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선보입니다. 33년 기사와 사진 아카이브를 활용하여, 중요 사건과 인물을 현대사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입니다. 해당 주제를 잘 아는 해설자가 ‘시의성 있는 과거 한겨레 사진과 기사’를 선정하고 독자에게 해설합니다. 한번도 소개된 적 없는 비 컷 사진 필름도 발굴하여 공개합니다. 르포, 전문직 소재 웹소설 기획사 팩트스토리가 기획하고 한겨레와 공동으로 제작합니다. 주간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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