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25일 ‘서지현 검사 성추행 및 인사 보복 의혹’ 사건에 휩싸였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변호사 등록을 허가했다. 변협은 현행법상 등록 거부가 어렵다고 밝혔지만, 앞서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부적격 판단을 내린 것과 배치된 결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변협은 이날 안 전 국장의 변호사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등록심사위원회(등심위)를 열어 위원 9명 만장일치 의견으로 그의 변호사 등록을 허가했다. 등심위는 판사·검사·변호사 등 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서울변회는 지난 6월 ‘안 전 국장이 사표 수리 뒤 2주 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해 시점이 이르고, 서 검사 관련 인사 보복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으나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안 전 국장의 변호사 등록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서를 변협에 제출했다. 하지만 변협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안 전 국장 사건을 등심위로 회부해 변호사 등록을 허가한 것이다.
변호사법 8조 1항에 따르면 변협은 공무원 재직 중 위법 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파면·해임·면직 및 정직은 제외)을 받거나, 위법 행위와 관련해 퇴직한 자로서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등심위 의결을 거쳐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영구적인 거부가 아닌 1년 이상 2년 이하의 기간 동안만 등록금지 기간을 정할 수 있다.
서울변회는 이런 조항에 근거해 안 전 국장의 비위행위가 변호사 직무 수행에 부적합하다고 본 것이지만, 변협의 판단은 달랐다. 변협은 “‘돈 봉투 만찬’ 사건에 함께 연루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 확정판결을 받고 변호사로 등록한 상태라 형평성 문제가 있다. (안 전 국장의) 서 검사 관련 사건에서는 최근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사건의 핵심인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 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받지 않았을 뿐 심각한 범죄 행위였다. 이런 점에서 변협의 판단은 온정주의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변협이 변호사법에 따른 등록 거부 사유를 제한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협은 비위 사실이 적발된 법조인에 대해 기계적으로 등록심사위원회로 회부한 뒤 대부분 (변호사 등록을) 허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안 전 국장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당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후배 검사들에게 식사 자리에서 돈 봉투를 건넨 것이 문제가 돼 면직 처분을 받았지만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복직했다. 그 뒤 감봉 6개월의 경징계 처분을 받았고, 지난 6월 의원면직 형태로 그의 사표가 수리돼 변호사 등록이 가능해졌다. 안 전 국장은 서 검사에 대한 인사 보복 혐의로도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난 1월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