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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덴마크선 상받은 성교육 교재, ‘선정성’ 논란 속 회수

등록 2020-08-27 18:19수정 2020-08-27 19:01

통합당 김병욱, 여가부 사업 도서에
‘선정성’ ‘동성애 조장’ 논란 제기
결국 여가부 논란 도서 7종 전량 회수 결정
“성교육-현실 괴리 키우는 비난
…여가부도 단호한 대처 보였어야”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25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책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발표한 자료.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25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책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발표한 자료.

여성가족부가 야당 의원들로부터 ‘선정적’이라고 지적받은 초등학교 성교육 서적 7종을 전량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문제가 된 책은 1970년대에 덴마크에서 상까지 받은 책을 옮긴 것이지만 단순히 벌거벗은 그림을 싣고 성관계를 ‘재미있는 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학교 성교육과 현실 간 괴리를 좁혀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5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여가부의 ‘나다움을 찾는 어린이책 교육문화사업’에서 선정된 도서가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구절과 삽화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성관계를 ‘재미있는 일’, ‘신나고 멋진 일’로, 동성애를 ‘아주 비슷한 사람들이 사랑하는 일’이라고 설명해 아이들을 “조기 성애화”할 우려가 있고, 성기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삽화는 “보기 민망할 정도”라는 비난이다.

이같은 시각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고 성을 문란한 주제로 다뤄 되레 성교육의 실효성을 낮출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젠더교육회 ‘아웃박스’의 황고운 교사는 “성폭력 예방 교육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성관계’ 개념을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언급하는 것조차 부적절하게 바라본다면 교육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성교육 자료는 더욱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 제기된 책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는 이미 1971년 덴마크에서 출간돼 이듬해 덴마크 문화부에서 아동도서상을 받은 바 있다.

결국 26일 여가부는 “일부 도서가 문화적 수용성 관련 논란이 인 데 따라 사업을 함께 추진해온 기업과 협의 끝에 해당 도서들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공존을 지향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높인다’는 당초 사업의 취지를 소신 있게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황 교사는 “젠더 교육을 할 때 실제로 민원·반발을 많이 받는다. 여가부가 이런 논란이 일어났을 때 단호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현장에서 분투하는 교사들도 든든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회수되는 도서는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놀랍고도 진실한 이야기>, <걸스토크>, <엄마는 토끼 아빠는 펭귄 나는 토펭이>, <여자 남자, 할 일이 따로 정해져 있을까요>,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 <우리가족 인권선언> 등 7종이다.

학생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왜곡된 성적 이미지를 마주치기 쉬워진 만큼, 성교육의 내용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성교육 표준안은 5년 전인 2015년 교육부가 마련한 것으로,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내용이 전혀 담겨 있지 않는 등 추세에 뒤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명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은 “성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이 커질수록 이를 공적 교육 안에서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폭력과 동의의 경계를 혼동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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