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전과가 있는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직계혈족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 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28일 가정폭력 피해자 ㄱ씨가 ‘이혼한 전 남편이 아이를 기준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 조항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피하고자 잠정 적용하는 결정을 말한다.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1년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ㄱ씨는 전 남편으로부터 협박과 폭언에 시달리다 2016년 5월에 이혼했다. 법원은 자녀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로 ㄱ씨를 지정했고 전 남편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 ㄱ씨의 피해자보호 명령 신청을 받아들여 주민센터 등본·초본 발급을 제한해 전 남편이 ㄱ씨와 아들의 주소를 알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전 남편은 이후에도 ㄱ씨에게 문자로 ‘죽이겠다’ 등의 협박성 문자를 보내고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며 ㄱ씨의 부친에게 상해를 가하는 등 피해자보호 명령을 위반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ㄱ씨는 ‘직계혈족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는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1항을 놓고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전 남편은 아들을 기준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 ㄱ씨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헌재는 “가정폭력 가해자인 직계혈족이 피해자에게 추가 가해를 행사하려는 등의 부당한 목적이 없음을 구체적으로 소명한 경우에만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발급하도록 해야 한다”며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족 개인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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