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인 2017년 5월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가 연 기자회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처벌 중단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거리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검찰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영화 예매 내용이나 위치정보까지 확인하는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라고 판결한 뒤 ‘양심의 진정성’을 입증한다는 명목으로 검찰이 인권침해적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뒤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 ㄱ씨는 최근 검찰이 영화관과 인터넷 웹하드 업체 등에 그가 예매한 영화와 다운로드받은 자료 조회를 요청한 것을 알게 됐다. 폭력적인 영화를 본 것을 병역거부의 진정성이 없는 근거로 제시하기 위해 검찰이 요청한 것이다. 실제로 한 대형 영화관은 그가 예매한 영화 내역을 검찰에 무더기로 제공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변호해온 김수정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교회를 몇번 갔는지 여부로 한 사람의 신앙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으며, 영화를 어느 선에서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냐”며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고 양심의 자유를 강조한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이렇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인권운동가들은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병역거부자 신상털기식 수사가 강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종교 또는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는 무죄로 선고하며 판별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서의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한다”고 정의한 뒤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재판에서 영화나 게임 다운로드 내역은 물론이고 피고인의 위치정보 열람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맡았던 한 변호사는 “교회에 실제로 갔는지 등을 확인하려고 위치추적을 하는데, 최근 들어 꽤 많은 사건에서 위치추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라고 비판했다. 교회에 갔던 시기가 불확실할 경우, 몇개월에서 1년 등의 단위로 광범위한 기간의 위치정보를 조회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기간 피고인의 행적이 모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세상’의 이용석 활동가는 “병역거부자의 폭력성을 판단하기 위해 대부분의 재판에서 검찰이 피고인의 ‘전쟁 게임’ 접속 여부도 확인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판부는 게임 접속 여부로 신앙이나 양심을 판단할 수 없다며 무죄판결을 내고 있다”며 “그럼에도 검찰이 계속해서 웹하드 다운로드 내역, 위치 정보 등 개인정보를 조회하는 것은 병역거부자들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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