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체 참사 유가족 최주완씨(왼쪽 둘째)와 조병열씨(왼쪽 셋째)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9주기 기자회견에서 ‘1559’ 숫자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1559’는 지난 9년동안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 수를 의미한다. 백소아 기자
“저희 아내는 8월 10일 9시 39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스물한번째 입원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잘 이겨내고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저는 9번, 아이들은 1번 밖에 만나지 못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고 박영숙씨의 남편 김태종씨는 발언을 이어 갔다.
“아내가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는 에스케이(SK)가 만들고 애경이 이마트에 공급한, 굴지의 회사들이 관련된 상품이다. 우리가 물건을 팔아줘 성장한 기업인데 피해자가 죽는 순간까지 사과 한 번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1년 여 전인 2019년 8월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피해자 박영숙씨와 남편 김태종씨가 증언을 하기 전 대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가족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 9주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9년 전 오늘, 2011년 8월 31일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가 원인미상의 산모사망과 중증폐손상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는 내용의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해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인이 밝혀졌지만, 피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을 토로했다. 현재 정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으로 인정하는 건 폐질환, 천식, 태아 피해 3개 질환이다. 3개 질환 이외의 피해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3개 질환도 판정신청자 11518명 중 8.2%인 949명만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폐질환, 천식, 태아 피해로 인정됐다. 신청자 10명 중 1명도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은 셈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2008년 3월 부인을 잃은 최주완씨(오른쪽 둘째)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9주기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떨군 채 참가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백소아 기자
지난 2008년 3월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부인을 잃은 최주완씨와 2014년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장모님과 부인을 잃은 조병열씨는 이날 기자회견 내내 ‘1559’ 숫자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지난 9년간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세상을 떠난 희생자의 수를 의미한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조 씨는 취재진을 붙잡고 억울함과 안타까움을 전했다. “줄 초상 치뤘던 그 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져요. 지금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힘들게 투병하는 아이들 만나면 안타까워요.”
지난 2016년 8월 31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5주기를 맞아 사망자 913명을 기억한다는 의미로 촛불을 켜고 묵념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2016년 5주기 때 사망자 수는 913명이었다. 9주기인 2020년 오늘은 1559명이다. 2021년, 10주기 때 사망자 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도 고통 속에 있는 피해자와 가족들은 숫자를 멈추기 위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정부와 제조업체의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체 참사 희생자 가족 최주완씨(왼쪽)와 조병열씨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9주기 기자회견에서 `1559' 숫자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백소아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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