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사회에서 열린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중심으로 의사들이 수십억원대 투쟁기금을 모금하고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1일 <한겨레>가 입수한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후원내역’을 보면 지난달 15일을 기준으로 3300개가 넘는 계좌에서 대전협에 투쟁기금 명목으로 후원금이 전달됐다. 대한피부과의사회와 전국의사총연합 등 5곳이 1천만원 이상 후원자에 이름을 올렸고, 강남구의사회·부산시의사회 등 10여곳은 500만원 이상을 후원했다. 그 밖에 개인병원 등에서 모인 후원금을 추산하면 1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달 20일께 대전협 투쟁기금으로 20억원 가까이 모였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대전협은 지난달 15일까지 후원 내용을 정리해 이튿날 누리집에 공개했지만 지금은 게시글이 삭제된 상태다. 대전협의 적극적인 투쟁기금 모금은 이날도 이어졌다. 의사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박지현 비대위원장 명의로 작성된 안내문에는 “대한민국 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데 이바지하고자 전국의 1만6천 전공의는 단체행동을 결의했다. 용기와 응원을 부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계좌번호가 공개됐다.
현역 의사들은 이처럼 수십억원에 이르는 투쟁기금을 모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한 개원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10% 안팎에 그쳤지만 막후에서는 의사들이 적극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3천명이 넘는 현역 의사들이 모인 한 메신저 대화방에서는 매일 키워드를 정해 오후 2시께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리도록 독려하는 ‘실검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2시께 네이버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는 ‘공공의대 게이트’였는데 의사 대화방에선 관련 내용을 29일부터 공지했다. 공공의대를 졸업하면 서울대병원 교수로 우선 채용해준다는 등의 가짜뉴스다.
보건복지부가 “가짜뉴스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위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의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터넷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앱으로 검색하면 실검에 안 오르니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지침도 내렸다. 실제로 이들 방에서 논의한 ‘공공의대 게이트’는 30일 오후 2시 실검 1위에 올랐고 31일 오후 2시에도 이들이 생산·유포한 검색어(‘북한에 의료인 파견’)가 실검 1위가 됐다. 북한에 재난이 발생할 경우 의료인력을 긴급지원할 수 있도록 한 여당 의원의 법안을 꼬집은 검색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선배 의사들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대안을 제시하거나 의협 차원에서 정부와 협상을 시도할 생각은 않고 가짜뉴스만 전파하며 ‘끝까지 싸워봐’라며 돈만 보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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