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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기는 아직도 다리 밑에서? 성교육도 바뀔 때

등록 2020-09-03 04:59수정 2020-09-03 07:25

여가부 초등 성교육 교재 회수 논란
“50년 전 덴마크서도 문제 삼아…
성교육은 시대에 발맞춰 나가야”
‘아기는…’ 저자, 선정성 지적 선그어

“부모가 해줄 설명 부족해 보여 난처”
“아이들은 편견 없이 받아들이더라”
일부 구매 움직임에도 반응 엇갈려
‘눈높이 성교육’ 사회적 공론화 시급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성관계를 안내하는 걸 부적절하다고 여기고, 보수 세력에게서 비판을 받은 건 처음 제 책이 출간됐던 50년 전 덴마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성교육도 시대에 발맞춰 나아가야 합니다.”

일각에서 선정성 논란이 제기된 초등학교 성교육 교재를 여성가족부가 전량 회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논란이 된 책의 저자인 덴마크 작가 페르 홀름 크누센은 1일 <한겨레>와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가 1971년 쓴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는 최근 여가부의 ‘나다움을 찾는 어린이책 교육문화사업’에 선정됐지만, 남녀가 벌거벗은 그림을 싣고 성관계를 ‘재미있는 일’로 서술했다는 이유로 논란을 빚었다. 보수진영에선 그의 책이 아이들을 ‘조기 성애화’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덴마크에서도 책이 발간된 뒤 기독교 정치인들이 의회에서 내 책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되레 난 그해 정부의 아동문학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책을 비롯한 성교육 교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여가부는 곧바로 전량 회수 결정을 내렸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눈높이 성교육’에 대해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육 체계 안에서의 성교육이 청소년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만큼, 단계별 성교육을 할 수 있도록 공론을 모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맘카페’에도 우려 섞인 의견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책 전체를 다 보지 못한 상황에서 언론에 보도된 ‘일부' 내용만 보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아빠는 엄마의 질에 고추를 넣어… 신나고 멋진 일이야' 같은 설명과 그림만 보면, 그렇게 신나고 멋진 일을 어린이는 왜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보여 난처했다”며 “성교육에 대한 합리적인 눈높이가 형성되지 않은 한국에선 학부모와 교육계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토론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부모·교사들 사이에선 이 책을 직접 구입해 성교육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퍼지고 있다. ‘아이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해줄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중학생·초등학생 아이 둘을 둔 정다운(39)씨도 논란 이후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를 구입해 아이들과 읽어봤다. 정씨는 “처음엔 성관계를 자세히 설명한 책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아이는 오히려 담담했다”고 전했다. 아이가 그림을 가리키며 “나도 이렇게 태어난 거냐”고 묻거나 ‘아빠의 성기가 커지면 피노키오 같다’는 책의 내용을 재미있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정씨는 “어른들이 호들갑을 떨 뿐 아이들은 편견 없이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들에게 성기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다면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거나, 성폭력 피해를 입어도 정확히 이를 설명하지 못할 위험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청소년 인권단체들은 “성에 관한 편견 없이 정확하고 명료한 정보는 어린이·청소년의 복지와 건강에 꼭 필요하다”며 “정부는 포괄적 성교육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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