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이동’ 앞둔 ‘한가위 딜레마’
한쪽선 “내려오지 마라”, “우리끼리 벌초할게”
벌초 맡기고 자발적 귀성 자제 나서는 시민들
다른 쪽선 명절 귀성 놓고 가족간 세대 갈등도
“추석 연휴 이동제한 필요” 목소리 높아져
한쪽선 “내려오지 마라”, “우리끼리 벌초할게”
벌초 맡기고 자발적 귀성 자제 나서는 시민들
다른 쪽선 명절 귀성 놓고 가족간 세대 갈등도
“추석 연휴 이동제한 필요” 목소리 높아져
경남 창원에 사는 이아무개(62)씨는 최근 서울에 사는 자녀들에게 연락해 추석 연휴 귀성을 만류했다. 코로나19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자 자발적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다. 이씨는 3일 <한겨레>에 “모여서 같이 식사를 하고 안부 묻는 게 명절의 모습이지만, 같이 밥 먹는 것도 위험한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30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 ‘민족 대이동’을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준3단계 거리두기 속 두문불출하는 시민들도 명절까지 포기해야 할지 ‘한가위 딜레마’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동제한 등 선제적 조처에 나서 사회적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시민들이 지난 4월 ‘석가탄신일 황금연휴’나 광복절 연휴를 기점으로 집단감염이 우후죽순 퍼진 상황을 떠올리며 자발적으로 ‘연휴 귀성’을 포기하고 있다. 벌초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이현섭(47)씨는 “주문이 지난해 대비 30%쯤 늘었다”고 전했다. 40대 직장인 김아무개씨도 “고향에 있는 형님이 ‘코로나도 있고 하니 내려오지 마라. 지역에 있는 사람들끼리 하겠다’고 연락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쪽에선 ‘명절만은 함께해야 한다’는 부모들과 젊은 세대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아이 둘을 키우는 신아무개(37)씨는 “코로나19 재확산 뒤 아이들이 걱정돼 집 앞에 나가는 것도 자제해왔는데, 괜히 서로 오가다 안 좋은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 남편과 시가에선 ‘그래도 명절엔 만나야 하지 않겠냐, 차를 몰고 오면 된다’고 해서 크게 다퉜다”고 말했다.
이런 혼란을 피하려면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추석 연휴 이동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4개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추석 기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 명절 기간 동안 일부 비난이 있더라도 공익 차원에서 정부가 확실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 글에는 4만여명이 동의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예방의학)는 “확산세가 약간 줄었다고 하지만 사랑제일교회 신자와 광화문 집회 참가자 검사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안심할 수 없다. 국민들이 이동을 준비하기 전에 정부가 더 빠르게 이동제한 결정과 메시지를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구 이재호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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