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성범죄 혐의가 있는 이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해온 누리집 ‘디지털교도소’에 개인정보가 공개된 한 대학생이 결백을 주장하다 숨진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경찰과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ㄱ(20)씨는 디지털교도소에 사진과 학교, 전공, 휴대전화 번호 등이 공개된 뒤 결백을 주장하다 지난 3일 세상을 떠났다. 앞서 7월 디지털교도소는 ㄱ씨가 텔레그램에서 ‘피치○○○’라는 닉네임으로 ‘지인 능욕’을 요청했다고 주장하며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지인 능욕은 지인의 얼굴에 다른 사람의 알몸 사진 등을 합성하는 디지털 성착취 범죄다. 당시 교도소 쪽이 올린 게시글에는 ㄱ씨로 추정되는 이의 사과가 담긴 음성 파일도 첨부됐다.
그러나 숨진 ㄱ씨 쪽은 디지털교도소의 주장에 반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는 신상 공개 뒤 학교 커뮤니티에 “사진과 전화번호, 이름은 맞다. 다만 그 외 모든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핸드폰 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글을 썼다. 그가 숨지고 논란이 확산되자 디지털교도소 쪽은 5일 “(ㄱ씨의 음성 파일을 듣고) 피해자는 ㄱ씨가 확실하다고 말했다”며 진실 공방에 나섰다. 이들은 6일 추가로 입장문을 내어 “ㄱ씨 유족은 고인이 정말 누명을 썼다고 생각하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 스마트폰 디지털 포렌식과 음성파일 성문 대조로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디지털교도소는 애초 성범죄자들에 대한 국가기관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응해 일종의 ‘자경단’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ㄱ씨의 죽음을 계기로 자경단 성격의 활동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는 “이런 정보 공개로 누군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을 때 아무도 책임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현행법상 불법이 명백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직권으로 사이트 접속 차단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운영자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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