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과 똑같은 모양의 가방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한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재판장 염호준)는 9일 에르메스 본사와 한국법인이 가죽공방 운영자 ㄱ씨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ㄱ씨는 에르메스 쪽에 4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2018년 가죽공방을 운영했던 ㄱ씨는 블로그에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인 버킨백·켈리백 사진을 올려 수강생을 모았다. ㄱ씨는 에르메스 명품과 똑같은 가방을 만들 수 있다며, 교육 및 제작에 사용되는 가죽과 부자재는 99% 이상이 에르메스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에르메스는 ㄱ씨의 이런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지만 ㄱ씨는 “제작 과정에서 에르메스 상표를 사용하지 않았고, 수강생의 공예품 제작이 공정한 경쟁 질서를 저해한다고 볼 순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버킨백·켈리백의 디자인과 상품의 명성, 광고 내용, 실제 수요 등을 고려해 “ㄱ씨는 수강생들에게 일반적인 공예방법만 교육한 것이 아니라, 에르메스 제품과 동일한 형태의 제품 제작을 교육했다”고 봤다. 해당 가방의 상표(표장)가 에르메스 것이라는 인식이 국내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그와 똑같은 모양의 가방 제작을 교육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어 “ㄱ씨의 교육으로 일반 수요자는 에르메스 제품의 출처가 ㄱ씨 가죽공방 제품의 출처와 같다고 오인할 우려가 크다”고도 했다.
ㄱ씨는 가죽공방에서 가방을 만드는 건 자신이 아닌 수강생이라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ㄱ씨는 가죽공방 운영으로 자신의 능동적인 지배·관리 하에서 수강생들이 에르메스 제품과 같은 형태의 제품을 제작하도록 해 실질적으로 에르메스 가방과 동일한 제품을 제조·판매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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