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쇳물 챌린지’에 참여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유튜브 ‘프로젝트퀘스천’ 갈무리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마라.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산업재해로 숨진 청년 노동자를 기리는 노래가 시민들 사이에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 2010년 9월 충남 당진의 한 철강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김아무개(29)씨를 기리며 ‘제페토’(활동명)라는 이름의 누리꾼이 쓴 글에 가수 하림이 멜로디를 붙인 곡이다. 시민들은 김씨가 숨진 지 10년이 지났어도 변함없는 노동현장의 변화를 촉구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노래 ‘그 쇳물 쓰지 마라’를 부른 영상을 올리고 있다.
20일 유튜브 등 에스엔에스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해시태그를 단 ‘그 쇳물 챌린지’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사망 산재사고 없는 노동현장을 만들려면 21대 국회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아들 ‘김용균’을 산재 사고로 잃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시작으로 평범한 시민들도 플루트, 가야금, 오카리나 등 다양한 악기로 노래를 직접 연주하거나 가사를 손글씨로 써서 에스엔에스에 올려 동참하고 있다. 이날 오후까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챌린지 영상은 70여개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프로젝트퀘스천’과 함께 이 운동을 기획한 가수 하림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후(2010년 당진 철강공장 추락사고 이후) 여태까지 위험한 상황이 사라지질 않아서 요즘도 일하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는다. 일하다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노래를 만들고 함께 부르는 캠페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뮤지컬 배우 김사랑씨도 유튜브에 자신이 부른 노래를 올리며 “10년 전 스물아홉 꽃 같던 청년이 일하던 중 용광로에 추락해 숨진 사건은 이 노래가 아니었다면 나는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디 뮤지션 김마스타도 “결국 (세상이) 변하게 되고 정상이 될 거라고 믿으며 같이 포기하지 말자”는 글과 함께 노래를 불러 올렸다. 정치인들도 챌린지에 합류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쇳물쓰지마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해시태그를 달고 노랫말을 올렸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영상을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김미숙 이사장이 올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글에 대한 동의도 9만6500건을 넘었다. 지난달 26일 게시한 이 글에서 김 이사장은 “용균이와 같이 일터에서 억울하게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없기 위해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전태일 이후 50년 동안 달라지지 않은 일터, 노동자 시민의 반복되는 죽음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게 되면 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가 심사를 받게 된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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