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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로나 생이별’ 고려인 가족 발동동

등록 2020-09-22 04:59수정 2020-09-22 13:08

출국한 동포들 몇달째 못 돌아와
이산가족 되고 자녀 학교 못 다녀
미등록 체류상태로 바뀌어 불안도
지원센터 “법 바꿔 국내서도 비자 재발급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고려인 마을 모습. 거리에는 러시아어로 쓰여진 상가들이 많이 보인다. 안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고려인 마을 모습. 거리에는 러시아어로 쓰여진 상가들이 많이 보인다. 안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6개월. 경기도 안산에 사는 고려인 ㄱ(50)씨가 가족과 생이별한 채 견뎌온 시간이다. 코로나19가 가족을 갈라놓았다. 방문취업(H2) 비자를 재발급받으려 지난 3월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남편과 아들은 여태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코로나19로 대사관 수속이 늦어진 가운데 한국 정부가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6개국을 ‘방역강화 국가’로 정해 입국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일자리도, 기댈 곳도 없는 가족에게 ㄱ씨는 매달 벌이의 절반을 송금하고 있어 살림마저 빠듯하다. “비행기가 빨리 열렸으면 좋겠어요.” ㄱ씨가 21일 서툰 우리말로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비자를 출신국에서만 재발급해주는 폐쇄적인 출입국 관리 체계 때문에 국내에 뿌리내린 재외동포들의 삶이 흔들리고 있다. 비자를 재발급받으려 출국한 동포들이 돌아오지 못해 이산가족이 된 것은 물론이고 거주와 생계, 교육 등 기본권까지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6월 기준 법무부의 국내 거주 고려인 추정 인원은 8만3천여명이다.

특히 정부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을 방역강화 국가로 정해 입국을 금지하고 있어 해당 국가 출신인 고려인들의 피해는 심각하다. 안산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는 고려인 ㅎ(39)씨도 최근 고민이 많다. 그의 방문취업 비자는 지난 5월 만료됐다. 법무부가 그의 비자를 임시 연장해 줬지만 6월 태어난 그의 딸은 ‘미등록 체류’ 신세다. 임시로 비자가 연장된 상태에선 자녀의 외국인 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포기하고 본국에 돌아가면 딸을 돌볼 수 없고, 이대로 안산에 남아 있으면 딸은 법망 밖의 아이가 된다.

고려인 3세 부모들을 따라 한국에 온 고려인 4세들은 교육권마저 빼앗기고 있다. 안산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ㅇ(19)군은 부모님과 함께 떠났던 카자흐스탄에서 돌아올 길이 막혔다. 온라인 수업을 듣지만, 대면으로 치르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빠지면 유급될 가능성이 크다. ㅇ군은 <한겨레>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빨리 대학에 입학해 ‘돈 많이 버는 알바’를 하며 부모님을 돕고 싶은데 이렇게 돼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진영 고려인지원센터 ‘너머’ 사무국장은 “이미 신분이 확인된 동포들이 비자를 재발급받을 때마다 본국 영사관까지 가는 건 불합리한 제도”라며 “국내 거주 동포의 방문취업 비자를 본국이 아닌 국내에서 재발급하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우선 한시적으로라도 방역 절차를 거쳐 입국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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