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현지 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독감에 걸렸지만 이를 뒤늦게 알게 돼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것은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독감 치료를 받다 폐렴으로 사망한 ㄱ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2017년 11월부터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인형 공장에서 자재 관리자로 근무한 ㄱ씨는 50여일 뒤부터 몸에 이상을 느끼고 2018년 1월 귀국했다. 인플루엔자(독감) 감염 진단을 받고 입원했지만 같은해 2월 폐렴과 저산소증으로 숨졌다. ㄱ씨의 배우자는 근로복지공단(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이를 거부했다. 공단은 “ㄱ씨의 단기 과로가 확인되지 않고, 업무환경이 인플루엔자나 폐렴을 유발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ㄱ씨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프놈펜 공장에서 근무한 기간과 외출한 횟수, 인플루엔자 잠복기 등을 고려했을 때 “ㄱ씨는 프놈펜 시내가 아니라 공장 내에서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당시) 공장에는 600명이 넘는 현지인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었다. ㄱ씨는 사무실과 자재창고에서 근무하면서 밀집된 환경 속에서 현지인 근로자들과 불가피하게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집단시설의 업무환경에서는 인플루엔자와 같은 질병이 발생하기 쉽다”고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된 정황도 제시했다. ㄱ씨는 처음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의무실에서 받은 해열진통제를 복용했을 뿐 한 달 동안 병원 진료를 받지 못했고 프놈펜의 병원도 ㄱ씨의 인플루엔자 감염을 진단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국내에서 근무했다면 조기에 인플루엔자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았을 것”이라며 “캄보디아에서 적절한 치료 기회를 갖지 못하고 최초 증상 발현 후 한 달이 지나 귀국해서야 치료를 받아 질병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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