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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설맞아 서울역 ‘우리 농산물 큰잔치’…농민연대 정재돈 상임대표

등록 2006-01-19 21:10수정 2006-01-19 22:36

“전경들에게도 떡 한판 돌려야죠”
제수용품·북한특산품·놀이공연으로 농심 전해
귀성객에 쌀 선물…수익금은 북어린이 돕기로
“모두 다 고향을 지키자는 것입니다.”

정재돈(52·사진) 전국농민연대 상임대표가 다시 서울역 앞에 선다. 전농·가농·전여농 등 6개 농민단체로 이루어진 전국농민연대가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함께 설을 앞둔 오는 25~27일 서울역 앞 광장에서 ‘우리 농산물 큰 장터’를 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1년여 전인 2004년 11월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해 단식을 단행하고 서울역 앞 농민집회를 주도했다. 두 행사의 겉모습은 매우 다르지만, 정 대표는 이 둘은 모두 ‘고향 지키기’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말 쌀협상 비준안 통과 뒤 격렬했던 농민 시위 역시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향 지키기’라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농산물 큰 잔치를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상징적 장소인 서울역에서 벌인다는 게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역 앞 장터가 도시와 농촌 사이에 벌어진 ‘마음의 거리’까지 좁히는 구실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 대표는 행사 기간 도심 속에서 시골 장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농·가농·전여농의 지역 지부들이 직접 쌀 등 곡물과 제수용품, 그리고 갓 잡은 ‘안성 한우’ 등을 가지고 올라오는 등 순수 우리 농·축산물 약 300여가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북한 술과 평양김치 등 북한상품 특별전도 열리고, 김덕수 사물놀이패, 안성 남사당패, 타악그룹 야단법석 공연 등 ‘농심’을 전할 문화공연도 다채롭게 마련해 놓고 있다.

“고향을 잃게 된다는 것은 그 어떤 가치로도 회복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장터 마지막날인 27일에는 귀성객들을 대상으로 우리쌀을 나눠주는 행사도 벌일 예정입니다.”

정 대표는 신자유주의의 거센 파도가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상황에서, ‘고향 상실’ 역시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농산물에 대해서도 효율성과 생산성만을 따지면서 각 나라의 고유한 농사법이 소멸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고향 지키기’의 첫걸음은 도시민과 농민의 연대라고 믿고 있다. 도심 속 우리 농산물 큰 장터는 따라서 온건하지만 강력한 ‘시위’이기도 한 셈이다.

1974년 민청학련 수감자 중 ‘막내’였던 정 대표는 75년 출소한 뒤 다음해인 76년부터 30년 동안 가톨릭농민회에서 농민운동을 한 농민운동의 대부다. 당시 일반적인 사회단체가 활동하기 어려웠던 시절, 가톨릭농민회는 다양한 사회운동을 낳는 모태 구실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운동의 고향’ 구실을 한 농민운동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농민들이 점점 희망을 잃어간다”는 말로 어려움을 드러냈다.

그는 “행사에서 나온 수익금은 북녘어린이 겨울나기 돕기에 쓸 예정”이라며 “넉넉하지 않아도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농민의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큰 장터 운영 때 떡 등을 만들어 지난해 시위현장에서 갈등을 빚었던 전경들에게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힌다. 어려움 속에서도 농심은 여전히 훈훈했다. (02)706-6008.


글·사진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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