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유엔 진정서 접수 기자회견. 베트남 전쟁 피해자 문제에 연대하는 성미산 학교 학생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켓을 들었다.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 학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유엔에 인권침해를 확인해달라는 진정을 제기했다. 베트남전 관련 전쟁 피해자가 국제사회에 피해사실을 알리며 권리구제를 촉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연대위원회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베트남전으로 한국군에 의해 상해를 입고 가족을 잃은 피해자 2명을 대리해 유엔특별절차에 따른 개인진정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 등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행위와 그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피해보상의 부재가 국제인권법상 중대한 인권침해행위임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피해자들은 한국정부가 진상규명 및 사과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유엔 진정에까지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들은 1968년 2월 베트남 꽝남성 퐁니·하미마을 등에서 한국군 해병 제2여단 소속 군인들에게 총격을 당해 큰 상처를 입었고, 가족들도 숨지거나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4월 103명의 한국군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이 △진상조사 △공개사과 △배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한국정부에 제출했지만 같은 해 9월 국방부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전투사료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사실 확인을 위해서는 베트남과 공동조사가 필요하지만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이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진정인인 피해자 응우옌티탄은 “한국에서 시민평화법정에 서고, 청와대 탄원서도 제출하며 한국에 갈 때마다 큰 희망을 품었지만 (정부의) 답변은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진정을 통해 원하는 건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다. 한국 정부로부터 온당한 답변을 듣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해 왔다.
진정서가 제출되면 유엔특별보고관들은 사안을 심사한 뒤 한국정부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질의서를 보내게 된다. 한국정부는 60일 안에 답변해야 하고,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유엔이 보낸 질의서만 공개된다. 특별절차에 의한 개인진정은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대리인단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존재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인단은 유엔특별보고관이 한국정부에 민간인 학살에 대한 적절한 조사 및 그에 대한 정보 공개, 피해자 회복 조처 등을 권고하도록 요청했다.
진정인인 응우옌티탄은 지난 4월 한국정부를 상대로 3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첫 재판은 오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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