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비서 김지은씨에 대해 위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공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에 둘러싸여있다. 이정우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씨를 비방하는 댓글을 쓴 안 전 지사의 측근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진재경 판사는 7일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건 관련 기사에 김씨를 헐뜯는 댓글을 단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전 수행비서 어아무개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진 판사는 “피해자는 이미 근거 없는 여러 말로 인해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는 상황이었고, 피고인의 범행은 피해자의 고통을 더했다”며 “이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행위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어씨는 2018년 3월 김씨의 폭로를 믿을 수 없다는 취지의 댓글에 ‘게다가 이혼도 했다’고 다시 댓글을 쓰고, 다른 댓글에는 욕설을 연상시키는 초성을 쓴 혐의를 받는다. 어씨 쪽은 이런 댓글이 ‘순수한 의견’일 뿐이며 방송에 나와 피해 사실을 폭로한 김씨는 공적 인물이라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법원은 어씨의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진 판사는 “당시 댓글이 쓰인 맥락을 보면 가치중립적 의미에 그치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성 관념이 미약해 누구와도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식의 의미를 내포했다고 볼 수 있다”며 어씨가 김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또한, 김씨의 이혼사실은 사적 영역이라고 봤다. 진 판사는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자의 지위와 미투 운동에 관한 공론장에 들어온 사람의 지위를 함께 가진다”며 “성폭력 사실에 대해선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극복해야 하지만 피해자의 이혼 전력은 공적 관심사가 아닌 오로지 사적 영역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진 판사는 마지막으로 “피해자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어씨가 그 관계를 이용해 피해자의 사적영역을 들춰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며 “이를 근거로 또 다른 비방들이 만들어져 피해자를 괴롭혔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2018년 4월 어씨를 포함한 안 전 지사의 측근 2명과 누리꾼 21명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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