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할 사람이 있으시면 새우젓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경기 김포시 어촌계장인 김아무개씨는 2013년 11월 경기도청 김아무개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인 명단을 주면 선물을 대신 전달하겠다’고 제안했다. 김 과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경기도청 퇴직공무원, 경기도의회 의원, 지인 등 329명의 명단을 김 계장에게 건넸다. 김 계장은 2013년 11월부터 다음해 11월까지 329명에게 김 과장 이름으로 새우젓을 보냈다. 검찰은 김 계장이 김 과장에게 ‘새우젓 조업 구역을 놓고 강화도 어민 사이에 생기는 분쟁을 잘 해결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건넨 금품이라며 두 사람에게 뇌물 혐의(제3자 뇌물)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서류 허위 작성으로 정부 보조금 등을 부정수령한 김 계장에게는 위조사문서와 사기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두 사람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김 계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김 과장에게는 벌금 1천만원과 추징금 384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과장 명의로 329명에게 새우젓을 보내는 것을 의례적인 선물로 보기 어렵다”며 “뇌물액수가 비교적 적지만, 김 계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해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계장이 329명에게 보낸 새우젓 한 세트(3㎏) 가격을 시가(3만원)로 계산해 총 뇌물액수가 1186만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김 계장이 새우젓 10드럼을 385만원에 구입한 다음 이를 329인분으로 나눠 담았다(1인당 7700원)며 최종 뇌물액은 384만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뇌물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새우젓이 뇌물이라면 김 과장이 김 계장으로부터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한 정황도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며 “사회통념상 329명이 새우젓을 받을 것을 김 과장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들의 뇌물죄를 유죄로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두 사람 사이에 새우젓 제공을 놓고 의사 합치가 있었고 김 계장의 새우젓을 놓고 김 과장의 영득의사(남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처럼 이용)가 실현됐기에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 항소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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