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공무원 대신해 329명에게 새우젓 선물…대법 “뇌물 맞다”

등록 2020-10-12 05:59

어촌계장, 수산과 공무원이 준 명단 받아
1인당 7700원어치 새우젓 3㎏ 배송
”공무원 영득의사 실현…제3자 뇌물죄”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선물할 사람이 있으시면 새우젓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경기 김포시 어촌계장인 김아무개씨는 2013년 11월 경기도청 김아무개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인 명단을 주면 선물을 대신 전달하겠다’고 제안했다. 김 과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경기도청 퇴직공무원, 경기도의회 의원, 지인 등 329명의 명단을 김 계장에게 건넸다. 김 계장은 2013년 11월부터 다음해 11월까지 329명에게 김 과장 이름으로 새우젓을 보냈다. 검찰은 김 계장이 김 과장에게 ‘새우젓 조업 구역을 놓고 강화도 어민 사이에 생기는 분쟁을 잘 해결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건넨 금품이라며 두 사람에게 뇌물 혐의(제3자 뇌물)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서류 허위 작성으로 정부 보조금 등을 부정수령한 김 계장에게는 위조사문서와 사기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두 사람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김 계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김 과장에게는 벌금 1천만원과 추징금 384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과장 명의로 329명에게 새우젓을 보내는 것을 의례적인 선물로 보기 어렵다”며 “뇌물액수가 비교적 적지만, 김 계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해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계장이 329명에게 보낸 새우젓 한 세트(3㎏) 가격을 시가(3만원)로 계산해 총 뇌물액수가 1186만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김 계장이 새우젓 10드럼을 385만원에 구입한 다음 이를 329인분으로 나눠 담았다(1인당 7700원)며 최종 뇌물액은 384만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뇌물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새우젓이 뇌물이라면 김 과장이 김 계장으로부터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한 정황도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며 “사회통념상 329명이 새우젓을 받을 것을 김 과장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들의 뇌물죄를 유죄로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두 사람 사이에 새우젓 제공을 놓고 의사 합치가 있었고 김 계장의 새우젓을 놓고 김 과장의 영득의사(남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처럼 이용)가 실현됐기에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 항소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영상] “속상해서, 정작 죄 있는 사람은 뻣뻣한데”…비 내리는 광화문 메운 시민들 1.

[영상] “속상해서, 정작 죄 있는 사람은 뻣뻣한데”…비 내리는 광화문 메운 시민들

130쪽 이재명 판결문…법원, ‘백현동 발언’ 당선 목적· 고의성 인정 2.

130쪽 이재명 판결문…법원, ‘백현동 발언’ 당선 목적· 고의성 인정

[영상] 광화문 선 이재명 “난 죽지 않는다”…촛불 든 시민들, 이름 연호 3.

[영상] 광화문 선 이재명 “난 죽지 않는다”…촛불 든 시민들, 이름 연호

‘10도 뚝’ 찬바람 부는 일요일…다음주 서울은 영하 추위 4.

‘10도 뚝’ 찬바람 부는 일요일…다음주 서울은 영하 추위

‘윤 퇴진 집회’에 경찰 이례적 ‘완전진압복’…“과잉진압 준비” 비판 5.

‘윤 퇴진 집회’에 경찰 이례적 ‘완전진압복’…“과잉진압 준비” 비판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