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피의자의 휴대전화에 있는 정보를 과도하게 압수수색하는 수사 행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제동을 걸었다.
12일 인권위는 검찰이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면서 혐의와 관련 없는 내용까지 보관하고도 수색한 목록을 피의자에게 제공하지 않은 건 적법성을 침해한 행위라고 밝혔다. 인권위가 공개한 결정문을 보면, 한 지방검찰청은 필로폰 밀수입 혐의로 진정인을 긴급체포한 뒤 휴대전화를 압수해 통화내역·인터넷 사용 이력·사진 등을 살폈다. 이 과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담당 수사관은 전자정보를 폐기하지 않고 사건 기록에 첨부했으며, 상세목록도 진정인에게 교부하지 않았다. 또 분석이 완료된 뒤 휴대전화를 돌려달라는 진정인의 요청도 거절했다. 이와 관련해 수사관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공범의 연락이 올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인권위는 진정인이 해당 조처에 동의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를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보유하게 될 경우 사건기록 열람·복사 과정에서 외부 유출되거나 다른 범죄의 수사 단서로 사용되는 등 또 다른 법익 침해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조사를 진행한 수사관 외에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은 주임 검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담당 수사관과 검사를 각각 경고 및 주의조치하고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 교육을 실시할 것을 해당 검사장에게 권고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