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권헌장 제정에 반대하는 ‘진정한 인권을 위한 서울대인 연대’의 대자보를 첨삭한 서울대 인권헌장 학생추진위원회의 대자보. 전광준 기자
서울대가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인권헌장 제정에 나선 가운데 ‘기독교 보수주의’를 표방한 우파단체 학생들이 반대에 나서면서 교내에서 논쟁이 불붙고 있다. 교내에선 “소수자에 대한 혐오 의견”이라며 우파단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기독교 근본주의를 표방한 서울대 내 우파 학생단체 트루스포럼이 조직한 ‘진정한 인권을 위한 서울대인 연대’(진인서)는 지난 7일 교내에 ‘서울대 인권헌장 및 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붙였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서울대 인권헌장은 제3조에서 ‘모든 구성원은 성별, 국적, 인종, 장애, 출신 지역과 학교, 연령, 종교, 임신과 출산,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진인서는 13일에도 “부도덕한 성행위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박탈한다”며 인권헌장을 공격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이들은 “서울대 인권헌장이 제정될 경우 다른 대학에도 유사한 규정이 제정될 것이고 포괄적 차별 금지법의 제정도 더욱 용이해질 것”이라며 온라인 국민 서명도 받는 중이다.
12일 게시한 진인서 대자보 위에 박시현(22)씨가 설치한 가림막. 전광준 기자
이에 이 학교 학생들은 또다른 대자보를 붙이며 진인서를 규탄하고 나섰다. 앞서 8일 서울대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는 “글에서 쉰내가 난다. ‘나는 계속해서 차별하겠다’는 말이다”라며 진인서의 주장을 비판했다. 서울대 인권헌장 학생추진위원회도 “(진인서의 주장에서) ‘진정한 인권’이라는 말이 혐오의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개인 명의의 대자보를 붙이며 우파단체를 비판하는 학생들도 있다. 지난 13일 진인서가 작성한 대자보 위엔 가림막이 설치됐다. “이 밑의 글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고 대중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글이 함께 나붙었다. 이 가림막을 설치한 박시현(22·경영학과)씨는 <한겨레>에 “인권헌장 제정에 찬성하는 주변 분위기와 달리 실체가 없어 학내 여론단체라고 말하기 어려운 극우조직이 혐오표현을 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는 16일 서울대에선 인권헌장 제정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