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9일 방송된 <한겨레티브이> ‘이철희의 공덕포차’ 한 장면.
며칠 전 한 여론조사업체 대표를 만났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그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객관성’이라는 것은 하나의 허구라고요. 우리가 객관적이라고 믿는 모든 것에는 사실상 ‘주관’이 개입돼 있다는 겁니다. 언론도 이제 ‘객관주의 저널리즘’만을 고수하기보다는 어디로든 한쪽 편을 들어야 먹히는 시대라는 얘기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산업부에서 삼성전자를 출입하고 있는 송채경화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웬 ‘객관’ 타령이냐고요? 다름이 아니라 <한겨레티브이(TV)>가 새 프로그램을 시작했거든요. 바로 ‘이철희의 공덕포차’입니다. 그게 ‘객관’과 무슨 관계냐고요?
관계가 있습니다. 저는 위에서 언급된 ‘언론도 이제는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완벽한 객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공감합니다. 모든 기사에는 기자와 언론사의 주관이 녹아 있습니다. 언론은 수많은 팩트를 취재해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몇개를 골라 보도합니다. 보도된 내용은 모두 ‘객관적인 사실’이지만 이 팩트를 ‘고르는 일’에는 불가피하게 주관이 개입합니다. 어떤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 보도하느냐에 따라 독자에게 전달되는 ‘진실’은 달라집니다.
과거에는 독자들이 이러한 언론사의 ‘선택’을 신뢰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많은 독자들은 언론이 ‘정치적·경제적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짜깁기’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을 고르는 행위에 대한 불신뿐 아니라 언론이 ‘사실’이라고 보도한 내용 자체도 ‘가짜’가 아닌지 의심합니다.
이제 언론은 ‘왜 우리가 이러한 내용을 이러한 방식으로 보도하는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설명을 해야 합니다. 그 방식은 일방적이면 안 됩니다. 독자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철희의 공덕포차’가 나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안에는 “일방적인 뉴스 전달에서 벗어나 시청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방송”이라고 돼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되는 ‘이철희의 공덕포차’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마이크를 시청자에게 넘기는 ‘전화 코너’도 있습니다. 지난 9일 첫 방송에서는 세 분의 시청자가 전화로 소중한 의견을 주셨습니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통해 <한겨레>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시청자들이 전해주는 의견은 <한겨레>를 견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아울러 ‘이철희의 공덕포차’는 ‘할 말은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어느 한쪽 편을 들어 다른 한쪽을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열린 논쟁을 지향합니다. 첫 방송에서도 ‘광화문 차벽’ 논란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생계를 위협받아 하루하루 노심초사하며 살아가는 시민들에게는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그럼에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의 부작용을 논의하지 않으면 사회는 더이상 진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다양한 논의 속에서 ‘방역’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절충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막 시작한 ‘이철희의 공덕포차’는 앞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겁니다. 시청자의 요구와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사실 벌써부터 많은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첫 방송에서 전화로 의견을 주셨던 한 시청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앞으로 이 방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얼핏, 붉은 개미와 검은 개미를 한 박스에 넣으면 충돌이 없는데 박스를 누군가 흔들었다 내려놓으면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여 싸우고 죽인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시사맛집이 보수와 진보의 한쪽 편을 들어 싸움을 부추기기보다 ‘박스를 흔든 손’에 주목하게 하는 이 시대의 독보적 프로그램이길 바란다. 보다 많은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길 또한 바라 마지않는다.”
그래서, 방송은 언제 하냐고요? 매주 금요일 밤 9시 유튜브 한겨레티브이 채널에서 합니다. 누가 나오냐고요? 20대 국회의원이었던 이철희 지식디자인연구소장(이박사),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윤촬~), 김완 기자(와니)와 제(송채)가 출연합니다. 시사를 다루지만 전형적인 시사프로그램의 형식을 파괴했습니다. ‘공덕포차’라는 제목답게 한겨레 사옥에 포장마차를 차려놓고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러분을 ‘이철희의 공덕포차’에 초대합니다. 불금에 혼술 말고, 저희와 같이 한잔하실래요? (
▶한겨레티브이 바로가기)
송채경화 산업부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