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보도 청구 소송 중인 <문화방송>(MBC)이 담당 재판장인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다. 강 부장판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으로 문화방송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온 점에 비춰, 강 부장판사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강 부장판사는 지난 8월 언론 소송을 전담하는 서울고법 민사13부로 복귀했고 이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던 문화방송 쪽은 바뀐 재판장인 강 부장판사에 대해 ‘불공정 재판이 우려된다’며 기피신청을 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강 부장판사는 2016년 장충기 전 사장에게 삼성에 근무하던 친동생 거취 관련 민원으로 읽힐 수 있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입길에 올랐고 문화방송도 보도를 통해 이를 비판한 바 있다. 강 부장판사는 사법연구 기간을 마치고 서울고법으로 복귀하기 직전에 페이스북에 ‘검·언 유착 의혹’ 보도를 거론하며 문화방송을 비판하기도 했다. 문화방송 쪽은 “강 부장판사는 문화방송의 (검·언 유착) 보도 양태와 내용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특정 언론에 대해 가진 (강 부장판사의) 평소 태도가 사건 판단에 반영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강 부장판사가 재판 중인 서울고법 민사13부에는 문화방송을 상대로 한 장자연 사건 보도 관련 <조선일보>의 정정보도 청구, 손석희 <제이티비시>(JTBC) 사장 차량 접촉사고 관련 <에스비에스>(SBS)의 정정보도 청구 건이 계류돼 있다. 재판부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관련 사건의 소송 절차는 모두 정지되며 서울고법의 다른 재판부가 기피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강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신청은 이번이 두번째다. 2018년 3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은 “삼성그룹과의 긴밀한 관계가 우려된다”며 기피신청을 냈고, 지난해 1월 대법원은 “장충기 전 사장과의 관계, 이 사장과 장 전 사장의 지위 등을 비춰 보면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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