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부회장 쪽은 “검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는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11명의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검찰에서는 삼성 사건 수사팀 핵심이었던 김영철 부장검사와 최재훈 부부장 검사 등 10명이 출석했고, 이 부회장 쪽에서는 김앤장 소속 안정호·김유진·김현보 변호사, 태평양 소속 송우철·권순익·김일연 변호사 등이 법정에 나왔다. 이날 열린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어 이 부회장을 포함한 모든 피고인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및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의 변호인은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들 변호인은 “통상적인 경영활동인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범죄라는 검찰 시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부회장 쪽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이 제대로 특정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132쪽의 공소장에 많은 사실관계와 행위들이 적시됐는데 무엇을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보는지, 전제사실은 무엇인지 등이 구분되지 않았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어느 법조항에 위배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재판 진행 속도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재판부에 두 차례 의견서를 제출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속하고 집중적인 심리를 희망한다”며 주 2회 재판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쪽 변호인 등은 “수사기록만 약 19만페이지로 총 368권에 달해 기록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짧게 잡아도 최소한 3개월 정도는 필요하다”며 재판부에 수사기록을 검토할 시간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기록이 방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호인들은 영장실질심사나 각종 조사, 압수수색 과정에도 참여했다”며 “사안의 내용과 대다수 쟁점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기록을 파악해 의견을 주는 방식보다 기일을 빨리 잡아서 진행상황을 확인하며 (재판이)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쪽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재판부는 준비절차기일은 두 번으로 마치고 공판을 시작한다는 큰 계획은 세웠다”며 다음해 1월14일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를 들은 뒤 변호인 쪽 의견을 듣기로 결정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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