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전쟁없는세상,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케이(K)-물대포 수출 장려하는 국제치안산업박람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적 시위를 탄압하는 데에 사용되는 물대포, 차벽, 경장갑차 등 시위진압 장비 수출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와 경찰은 살상 무기를 수출하는 부끄러운 짓을 당장 멈추기 바랍니다. 저희는 물대포로 인해 제2의, 제3의 사상자가 나오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 않습니다.”
23일 오전10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살수차) 직사 살수로 숨진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의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지난 16일 타이의 수도 방콕에서 타이 왕실 경찰이 평화시위를 진행하는 시민들을 해산하기 위해 사용한 물대포가 한국산으로 알려지자 물대포 희생자의 유족인 백씨가 당국을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백씨는 “살상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용납하기 힘들뿐더러 ‘한류’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후안무치한 일이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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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쟁없는세상 등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와 경찰이 국제치안 산업 박람회에서 물대포와 같은 시위 진압 장비를 홍보하고 수출하는 것을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발언에 나선 뭉치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경찰청과 인천시가 진행하는 국제치안박람회는 ‘치안 한류’라는 슬로건 아래 세계 각국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치안장비를 수출하고있다”며 “수출된 장비들이 해외 평화시위자들을 폭력으로 탄압하고 각종 인권침해 도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청과 인천시는 21일부터 온·오프라인으로 제2회 국제치안산업박람회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최근 태국(타이) 도심에서 민주화 시위대 해산에 동원된 물대포(살수차)가 국내 업체 ‘ㅈ모터스’에서 수출한 장비였고, 해당업체가 여전히 치안산업박랍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ㅈ모터스’가 2010년과 2013년에 타이로 수출한 물대포가 시민을 겨누고 있다. 지난 주말 타이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동원해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을 침해하고 신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시위 진압장비가 돈벌이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시위진압 장비 홍보 행위를 중단하고, 인권침해에 악용될 수 있는 장비 수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타이 학생활동가 네띠윗 초띠팟 파이살도 입장문을 보내 “한국 정부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장하는 타이 학생들과 시민들을 탄압하는 데 일조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4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쁘라윳 짠오차 타이 총리는 22일 폭력 사태가 종식됐다며 5인 이상 집회를 금지한 비상포고령을 철회했지만 총리의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쁘라윳 총리 퇴진 △군주제 개혁 △군부제정 헌법 개정 등을 주장하면서 ‘쁘라윳 총리의 사흘 내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현지에선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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