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9개월 만에 재개된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에는 상중인 이 부회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출석 의무가 없는 이 부회장에게 소환장까지 발부하며 그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이 부회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향후 재판 일정 논의를 이어갔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을 왜 부르려고 했는지 의문을 남긴 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실효성 검증 계획을 세우고 최종 변론 기일까지 정하는 등 재판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이날 국정농단 뇌물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열었다. 특검이 지난 2월24일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설치를 제안하고, 전문심리위원제도로 이를 평가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집행유예형 선고 예단을 드러낸 것”이라며 기피신청을 한 뒤 245일 만이다.
수개월 만에 재판을 재개한 재판부는 절차 진행에 박차를 가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기피신청 기각을 “준법감시제도의 개선과 실효적 운영 등이 양형심리 대상이 될 수 있고,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평가를 위해 전문심리위원 제도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고 그에 따른 심리 의지도 밝혔다. 준감위 설치와 실효적 작동이 이 부회장의 형량을 덜어줄 수 있는 ‘진지한 반성’에 해당되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특검은 재판부 뜻에 따라 전문심리위원제도에 참여하기로 했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에 더해 추가로 전문심리위원을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단 “특검과 변호인 쪽이 추가로 추천하는 전문심리위원에 대한 의견청취 절차를 거친 뒤 별도 기일을 잡아 적절한 심리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며 추가 재판을 요구했다. ‘승계작업 관련 준법의지 확인’을 위해서는 5개 항목 19개 사안에 대한 전문심리위원의 평가가 필요하다며 평가기간이 더 넉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재판부는 향후 특검과 변호인 쪽이 추천하는 전문심리위원들의 조사 일정을 정하고 잠정적으로 오는 12월14일을 최종 변론일로 잡아 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검 쪽은 “최종 변론 종결 기일까지 정해놓고 진행하면 그 진행 방법에 상당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주장했지만 이 부회장 쪽은 “(특검의) 기피신청으로 이 부회장은 절차적 불안 상태가 굉장히 오래됐고, 재판 두개를 동시에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신속한 진행을 주장했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은 재판 일정을 협의하는 일반적인 절차였다. 재판부는 출석 의무가 없는 이 부회장을 재판에 출석시키려 한 이유를 특검과 변호인 쪽에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 쪽 관계자는 “오늘 재판 상황을 보면 이 부회장이 재판에 나와야 할 이유가 없었다. 재판부가 왜 소환장까지 발부하며 이 부회장을 꼭 나오라고 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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