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9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서울중앙지검 제공
‘검·언 유착’ 의혹 수사팀장이었던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직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서울고검(고검장 조상철)은 27일 정 차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독직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정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서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이끌던 지난 7월29일 법무연수원 용인 분원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직접 압수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독직폭행’은 검사와 경찰 등이 형사피의자를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하는 범죄다.
■ 현직 차장검사 초유의 독직폭행 기소, 왜?
물리적 충돌 직후 한 검사장은 독직폭행으로 정 차장을 고소했고 정 차장은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이라는 공무집행을 방해하면서 빚어진 일’이라고 맞섰다. 감찰과 수사에 착수한 서울고검은 한 검사장과 정 차장을 포함해 당시 압수수색 현장에 있던 검사와 수사관, 법무연수원 직원 등을 두루 조사하고 정 차장의 독직폭행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정 차장은 “휴대전화를 직접 압수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함께 넘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서울고검은 이날 기소 사실을 밝히며 “(정 차장이) 소파에 앉아 있던 피해자의 팔과 어깨 등을 잡고 소파 아래로 밀어 눌렀다”고 밝혔다.
특히 수사팀 소속으로 압수수색에 투입됐던 장아무개 검사는 검찰 조사에서 ‘정 차장이 먼저 한 검사장을 덮쳤다’는 취지로 당시 상황을 자세히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또 물리적 충돌 뒤 수사팀 일부가 한 검사장에게 사과하는 장면 등이 담긴 동영상도 제출받아 당시 상황 재구성에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조상철 서울고검장 책임 아래 독립적으로 진행됐다.
지난 8월 정기인사로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영전한 뒤에도 정 차장은 이동재 전 <채널에이> 기자 재판 등을 직접 챙겨온 만큼, 이번 기소는 공소 유지에도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를 입증해야 할 검·언 유착 의혹 수사도 지난 8월 이 전 기자 기소 뒤 두달이 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 검사장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어 수사팀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고 있다.
피고인 신분이 된 정 차장의 ‘징계 및 직무정지’ 문제는 법무부-대검 갈등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검찰총장은 징계가 예상되는 검사에 대해 법무부 장관에게 직무정지를 요청할 수 있고, 그 뒤 징계 사유가 확인되면 장관에게 징계를 청구할 수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추미애 장관이 서울고검의 전격적인 기소를 ‘재판 방해’로 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윤 총장이 정 차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요청하거나 징계를 청구하면, 양쪽이 충돌하는 일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서울고검은 정 차장을 기소하면서 “형사사건 처리와 별도로 감찰 사건도 진행 중”이라며 “검사에 대한 징계청구권은 검찰총장에게 있으므로 향후 대검과 협의해 필요한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진웅 차장 쪽은 이날 저녁 입장문을 내어 “이번 기소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위한 직무집행 행위에 대해 폭행을 인정해 기소한 것으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당시 정 검사의 행위는 정당한 직무집행이었다. 향후 재판에 충실히 임하여 당시 직무집행 행위의 정당성을 적극 주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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