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지 통행차량 분석뒤
연쇄 성폭행범인 이른바 ‘발바리’ 이아무개(45)씨의 검거는 경찰의 뚝심과 과학수사의 개가였다. 대전 동부경찰서가 발발이 검거 전담팀(팀장 유동하)이 꾸린 것은 2005년 초였다. 전담팀은 우선 자료 분석부터 시작했다. 유전자 감식기법을 통해 1999년 1월5일 대전 서구 월평동 사건 이후 지난해 1월12일 청주 사건까지 66건이 동일범 소행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 자료만도 40여만 쪽에 달했다. 그 뒤 지난해 10월까지 8건의 추가 범행이 더 동일범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전담팀은 범인 가리기에 나섰다. 전담팀은 대부분의 범죄가 대전에서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대전을 기점으로 경기, 전주, 대구, 청주 등 외지 사건 현장과의 동선을 그려 대전 주변 고속도로 나들목의 폐쇄회로 분석에 들어갔다. 범행 시간대를 전후해 대전과 범행 발생지를 오간 차량이 발견되면 그 소유자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용의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뽑았다. 이러한 노력 끝에 지난해 6월 첫 용의자를 찾았다. 그러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았다. 이런 실패를 10여 차례나 반복하자, 주변에서는 전담팀을 ‘양치기 소년들’이라고 놀려댔다. 이씨는 차량 통행분석으로 뽑은 용의자 가운데 한 명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없어 거의 마지막 용의자로 분류됐다. 전담팀은 9일 이씨를 집으로 찾아갔다. “잠깐 집에 들어갔다 나오겠다”던 이씨가 달아나자 형사들은 가족의 동의를 얻어 이씨 직계 가족의 타액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13일 나온 결과는 ‘99.99% 일치’였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범인잡기에 노력을 집중했다. 이씨가 청소년기에 가출해 거주했던 서울 천호동 일대를 유력한 은신처로 지목했다. 이씨가 천호동에서 공중전화를 사용한 점도 포착하고는 형사들을 출동시켰다. 주변 수사를 통해 이씨가 평소 아는 사람의 이름으로 인터넷 게임을 즐긴다는 점을 파악하고, 그가 게임에 접속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19일 오후 경찰 수사망에 이씨가 천호동 한 컴퓨터 게임방에서 게임에 접속한 사실이 포착됐다.
이씨는 경찰에서 “택시에 탄 여승객이 자신을 무시해 보복하려고 성폭행한 것이 첫 범행이었다”며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한 뒤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이씨는 청소년기에 가출하는 등 성장 과정을 제외하고는 문구점과 택시운전을 하며 조기축구회원으로 활동했다. 두 자녀의 가장으로 평범한 보통생활을 해왔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경찰은 20일 8년여 동안 74차례에 걸쳐 82명을 성폭행하고 2400만원을 빼앗은 혐의(상습 강도강간)로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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