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 대형마트 앞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마트 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해 상자 손잡이 설치와 작업환경 개선을 대형마트 업계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마트가 내년까지 자체 생산하는 브랜드 상품(피비 상품)을 담는 상자에 구멍을 뚫어 ‘상자 손잡이’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상자 손잡이 설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1년 만에 3대 대형 유통업체 중 한 곳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29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이마트는 5㎏(상품+상자 무게)이 넘는 피비 상품 677개 품목 중 550개(81.2%)에 대해 내년 말까지 상자 손잡이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0일 고용노동부에 보고했다. 대상 제품은 캔음료와 소스, 샴푸를 포함한 액체세제, 통조림, 냉장식품 등이다. 너무 무거워서 노동자들이 운반하는 데 부담을 호소했던 제품들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우선 추진하자는 취지”라며 “습기에 취약하거나 파손 우려가 있는 제품 등 127개 품목도 추가 검토를 거쳐 확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트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이 높다는 지적은 1년 전부터 제기됐다. 지난해 6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51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 동안 근골격계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노동자가 3586명(69.3%)에 이르렀고, 4037명(85.3%)이 상품 진열 작업 등으로 통증을 호소했다. 제품 상자에 구멍을 뚫어 손잡이만 마련해도 신체적 부담을 10~40%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변화는 더뎠다. 마트 노동자들은 “노동자 건강을 위해 상자에 구멍 뚫는 일이 그렇게도 어렵나”라고 호소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마트를 제외한 나머지 대형 유통업체들에도 자체 생산하는 피비 제품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계획을 연말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며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외부 제조업체에도 기준을 세워서 상자 손잡이를 설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이마트의 상자 손잡이 설치 계획을 환영한다면서도 일반 제조업체 제품에 대한 대책 마련도 서둘러줄 것을 촉구했다. 마트산업노조 관계자는 “이마트가 상자 손잡이 마련 계획을 발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피비 상품이 전체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노동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외부 제조업체들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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